▲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장기화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된 상황에서 증권선물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심의할 증권선물위가 18일 정례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징계 수위 결정은 한 달 이상 미뤄지게 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는 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립 이후 전체 회계 처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수정 조치안을 놓고 논의를 한 다음 18일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낼 것이 유력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6월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에서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세부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7월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선물위 정례회의는 2주마다 열리는 데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휴지기다. 증권선물위 민간위원 모두가 교수여서 대학교 방학과 여름휴가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7월18일이 7월의 마지막 정례회의 날짜에 해당하고 이 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됐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증권선물위가 6월21일 금감원에 수정 조치안을 요청한 사실과 무관치 않았다.
증권선물위는 6월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위반과 관련해 금감원에 기존 조치안을 2015년 회계뿐 아니라 2012~2014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보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놓고 증권선물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징계 수위를 ‘중과실’로 결론내기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4일 열린 증권선물위 4차 회의에서 수정 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4차 회의가 끝난 이후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 주재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비공식 회의도 열렸지만 금감원은 수정안 제출을 거부한다는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징계 수위를 ‘고의’에서 ‘중과실’로 낮추려고 하고 금감원이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렸다.
윤석헌 원장이 공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이견과 금감원의 주장을 강조하면서 증권선물위가 당초 예상대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부딪히는 현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후폭풍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18일 증권선물위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고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 결정은 일러야 8월 22일 결정되거나 혹은 9월로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장기전’이 되는 것이다.
증권선물위의 최종 징계 수위 결정이 미뤄지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국민연금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지분 가치를 4조8천억 원에서 11조6천억 원으로 고의로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에서 ‘고의’라고 결론을 내 검찰고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선물위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게 되면 일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론이 다소 수그러들 ‘시간벌기’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18일 정례회의를 앞두고 12일 임시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당국 안팎에서 12일 임시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증권선물위가 예정에 없던 12일에 임시회의를 연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의 최종 결정이 7월 안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수정 조치안 제출 거부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의 일정표도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