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인혜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전략기획총괄 상무가 12일 서울 잠실 소피텔앰배서더에서 열린 '2026 HLB포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진양곤 HLB그룹 의장의 둘째 딸인 진인혜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전략기획총괄 상무가 HLB그룹에서 차세대 항암사업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진 상무는 3년 전 HLB이노베이션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그룹 경영에 발을 들였는데 이후 베리스모테라퓨틱스와 엘레바테라퓨틱스 등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를 중심으로 전략기획과 사업개발 업무를 맡으며 보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HLB그룹은 12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배서더에서 ‘2026 HLB포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HLB이노베이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고형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로 이 분야의 권위자인 도널드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로라 존슨 베리스모테라퓨틱스 CSO(최고전략책임자), 이지환 HLB 바이오링크팀 상무 등이 참석했다.
눈에 띈 인물은 진인혜 상무다.
진 상무는 도널드 시걸 교수와 로라 존슨 CSO 등의 발표 통역을 맡았다. 진 상무가 HLB그룹 항암 파이프라인(후보물질)과 관련한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론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 상무는 2025년 11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와 올해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 등 현장에는 종종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공식적 역할을 맡아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 상무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 상무의 공식 역할은 통역이었지만 진 상무를 향한 질문도 이어졌다.
진 상무가 HLB그룹 차세대 항암사업과 관련한 공식 기자간담회에 처음 나선 만큼 그룹 안에서 맡은 역할과 향후 행보를 둘러싼 관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진 상무는
진양곤 HLB그룹 의장의 차녀로 1996년생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마케팅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 투자회사 ACA인베스트먼트, ID캐피탈 등에서 투자와 리서치 관련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HLB그룹과의 접점은 2021년부터 본격화됐다.
진 상무는 2021년 10월 언니 진유림씨와 함께 에포케 사내이사에 올랐다. 에포케는
진양곤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기업으로 HLB그룹의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에 관여해온 회사다.
전환점은 2023년 3월 HLB이노베이션 사내이사 선임이었다.
HLB그룹에 인수된 피에스엠씨는 당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HLB이노베이션으로 바꾸고
진양곤 의장과 진 상무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진 의장의 자녀가 HLB그룹 상장 계열사 이사회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HLB그룹은 진 상무의 이사회 합류를 놓고 경영수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HLB이노베이션이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바이오사업과 긴밀히 연계된 회사인 만큼 베리스모테라퓨틱스 경영진과 함께 진 상무가 HLB이노베이션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실제 HLB이노베이션은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세포치료제 개발을 자금 투자 등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진 상무는 베리스모테라퓨틱스와 HLB이노베이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후 진 상무의 그룹 내 역할은 전략기획과 사업개발로 확장됐다.
진 상무는 현재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전략기획총괄 상무를 맡고 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HLB그룹이 ‘포스트 리보세라닙’ 성장축으로 힘을 싣는 미국 세포치료제 개발회사다. 리보세라닙은 HLB그룹이 공을 들여 개발한 간암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HLB이노베이션 자회사인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HLB그룹이 차세대 항암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는 회사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CAR-T는 환자 몸에서 꺼낸 T세포에 암세포를 알아보도록 설계한 수용체를 붙인 뒤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세포치료제다. 이미 허가된 CAR-T 치료제는 주로 혈액암에 쓰이고 있지만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아직 치료 성과가 제한적인 고형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독자 CAR-T 플랫폼인 ‘KIR-CAR’를 기반으로 고형암과 혈액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대표 후보물질 SynKIR-110은 고형암을 겨냥한 CAR-T 치료제다.
로라 존슨 CSO는 이날 간담회에서 “타깃 발굴부터 중개연구를 거쳐 임상적 개념입증에 도달한 뒤에는 상용화 인프라와 역량을 갖춘 대형 파트너와 협업해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최대한 빨리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 (왼쪽부터) 이지환 HLB 상무와 도널드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로라 존슨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최고과학책임자(CSO), 진인혜 상무 등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 HLB > |
기술이전 전략은 KIR-CAR 플랫폼과 개별 후보물질을 나눠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지환 HLB 바이오링크팀 상무는 “회사의 가장 본질적인 자산은 KIR-CAR 플랫폼이며 플랫폼 자체에 대한 전용실시권이나 라이선싱은 회사의 심장을 빼가는 것과 같다”며 “SynKIR 자산에 한해서는 공동 개발이나 라이선스아웃을 포함해 다양한 방향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진 상무의 활동 반경은 베리스모테라퓨틱스에 그치지 않는다.
진 상무는 2025년 3월부터 HLB그룹 핵심 계열사인 엘레바테라퓨틱스에 파견돼 회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하는 회사다.
당시 HLB그룹은 진 상무의 엘레바테라퓨틱스 파견을 두고 “반드시 간암 신약의 허가를 이끌어내겠다는
진양곤 의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진 상무의 역할이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 지원에서 HLB그룹 핵심 신약인 리보세라닙 허가와 상업화 지원으로 넓어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진 상무는 엘레바테라퓨틱스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를 맡고 있다. 대외 계약과 법무 검토, 글로벌 라이선스아웃 대상 발굴 및 협상 지원 등 사업개발 성격의 업무에도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HLB그룹의 항암사업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HLB그룹은 그동안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와 상업화 성과에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을 기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담관암 신약 후보물질 리라푸그라티닙, 고형암 CAR-T 후보물질 SynKIR-110 등으로 항암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리보세라닙이 HLB그룹의 첫 글로벌 신약 도전이라면 리라푸그라티닙과 SynKIR-110은 특정 파이프라인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성장축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이다.
진 상무가 관여하는 영역도 이 지점이다. HLB그룹이 리보세라닙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 상무는 미국 계열사와 차세대 항암 파이프라인을 잇는 실무적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그룹 내 위상도 커지고 있다.
HLB이노베이션은 4월 베리스모테라퓨틱스에 2800만 달러, 약 414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를 차세대 항암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진양곤 의장도 HLB이노베이션 주식을 추가 매수하며 베리스모테라퓨틱스에 힘을 싣고 있다.
진 상무의 보폭이 넓어지는 것을 놓고 곧바로 승계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진 상무의 HLB그룹 계열사 지분은 아직 크지 않은 수준이다. 진 상무는 HLB 0.01%, HLB제약 0.34%, HLB이노베이션 0.12% 등을 보유하고 있다. 언니 진유림씨와 지분 차이도 거의 없다.
다만 지분과 별개로 실무 역할의 확대는 뚜렷하다.
진 상무는 2021년 에포케 사내이사와 HLB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업무에서 출발해 베리스모테라퓨틱스 리서치 애널리스트, HLB이노베이션 사내이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전략기획총괄 상무, 엘레바테라퓨틱스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진 상무가 미국 자회사를 중심으로 쌓아온 역할을 공식 대외무대로 확장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HLB그룹 관계자는 “진 상무는 현재 미국 계열사에서 전략기획과 사업개발 등 실무를 맡고 있다”며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도 관련 업무의 연장선에서 통역과 현장 대응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