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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뉴시스> |
김준기 회장이 알짜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를 통해 동부그룹을 종합금융그룹으로 바꿔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과 오너 일가는 동부화재 지분을 통해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김 회장과 오너 일가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의 90% 이상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있다.
최근 동부화재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김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김준기, 동부그룹을 금융그룹으로 재편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주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동부화재를 금융지주회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는 19일 동부제철이 최대주주였던 동부캐피탈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이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에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지난해 순이익 4189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3년보다 53.72%나 증가한 것이다.
동부화재는 지난해부터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동부화재는 2014년 9월 말 기준으로 동부생명과 동부증권 지분을 각각 92.94%와 19.92%를 보유하고 있다. 동부증권을 통해 동부저축은행과 동부자산운용에도 지배력을 행사한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의 안정적 실적을 기반으로 동부그룹을 동부화재 중심의 종합금융회사로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오너 일가는 동부화재 지분 31%를 보유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데 문제가 없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지분 14.06%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김 회장이 7.87%, 장녀 김주원씨가 4.07%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우호세력인 동부문화재단도 지분 5.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경영권을 잃으면서 동부그룹은 사실상 금융계열사 중심으로 재편돼 있다. 동부그룹은 17조 원대였던 자산이 기업매각과 경영권 상실 등으로 약 7조 원까지 줄었다. 이 가운데 금융계열사가 4조 원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물론이고 두 회사가 보유했던 자회사의 자산까지 모두 손에서 빠져나간 상태”라며 “비금융계열사가 60% 이상 무너지면서 동부그룹은 사실상 금융계열사만 남았다”고 말했다.
◆ 김준기 일가, 담보 잡힌 동부화재 지분이 걱정
김 회장은 지난해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장남인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계속 다퉜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을 금융 중심체제로 개편할 때 지배력을 감안해 김 부장의 지분을 끝까지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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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
문제는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 가운데 90.08%가 금융회사에 대출담보로 잡혀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 뒤 동부화재의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 보유지분 가운데 67.38%가 담보에 묶여있다. 김 부장의 지분 가운데 99.99%, 김주원씨의 지분도 99.95%가 담보에 잡혀있다. 김 회장 일가는 지난해 주당 4만 원대로 평가받아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대츨을 받았다.
동부화재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 5만1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동부건설의 경영위기가 가시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26일 종가 5만7300원에서 6200원이나 하락했다. 김 회장 일가가 주로 돈을 빌렸던 지난해 중순과 비교하면 주가가 무려 20% 정도 떨어졌다.
금융기관은 담보로 맡은 주식의 값이 떨어질 경우 그 주식을 시장에 파는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 동부화재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금융기관들이 반대매매에 나서게 되면 김 회장이 동부화재에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들어지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담보지분 때문에 동부화재 경영권이 취약해질 상황을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동부화재가 동부그룹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우호지분인 동부문화재단 등을 고려하면 김 회장이 동부화재 경영권을 쉽게 잃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