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해 자본시장 활성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완화나 유인책 없이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역할만 강조되다 보니 손발이 묶인 채 압박감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모험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는 현재까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는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가 각각 자본 덩치에 맞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각종 이슈로 금융감독원의 인가 심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도 딱히 뚜렷한 매력을 느낄 만한 유인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대상으로 은행업과 비슷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와 투자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가 나온 점도 금융투자업계에서 불만을 품는 대목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내는 금융투자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규제만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부동산투자의 위험 가중치를 높이고 중소·벤처기업 투자 위험 가중치는 낮추기로 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둘 유인을 마련하지 않은 채 압박성 규제만 강화해 강제로 자금흐름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5월 한국판 ‘잡스법’을 도입해야한다는 제안도 했다.
‘잡스법’은 미국에서 신생기업의 자금 조달 등을 지원해 고용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2012년 만들어진 법이다. 한 해 매출 10억 달러 미만인 기업에게 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제를 단순화하고 대기업에 적용되는 회계 공시기준을 일부 제외해 주는 내용을 담고있다.
'잡스법' 도입을 제안하면서 금융투자회사들이 원활하게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재무 건전성 기준의 완화도 바라고 있다.
현재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구분없이 금융투자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얻어진 비율로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작은 중소형사는 대형사와 차별화된 영역에서 공격적 투자를 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국내 자본시장이 시장 기능만 믿고 맡길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불법 자전거래(돌려막기)와 무차입 공매도 등 잊을 만하면 금융거래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금융투자회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정능력을 믿고 규제를 풀어주기에는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고 구제해줄 방지책이 미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