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회장과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이 오리온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오리온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허인철 부회장을 영입해 허 부회장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최근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오리온 경영 전반을 관장하면서 허 부회장의 역할은 애초 영입될 때 기대를 받았던 것보다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 오리온, 담철곤-이화경-허인철 삼두마차 체제로
20일 오리온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근 들어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오리온의 경영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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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 회장 |
오리온의 한 관계자는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허 부회장과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삼두마차 제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 부회장은 중국 등 해외사업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과업계의 한 관계자도 “오리온의 결제 라인이 허 부회장을 거쳐 이 부회장과 담 회장으로 이어져 있다"며 "담 회장이 최종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철 부회장은 지난해 중반 오리온에 영입될 때 오리온은 허인철 부회장 중심체제로 경영될 것으로 전망됐다.
허 부회장은 부회장에 취임한 뒤 회장실을 폐지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또 담 회장에 대한 고액배당으로 논란이 벌어진 포장재 생산회사 아이팩을 오리온에 합병하고 과대포장 비난을 받아온 과자 포장도 개선하는 등 오리온의 이미지 개선에 힘썼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초 예상과 달리 허인철 부회장 중심체제가 아니라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을 놓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허 부회장이 이마트 사장 시절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좁아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다시 오리온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으로 옮기고 지난 9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리온은 담 회장과 부인인 이 부회장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데다 담 회장 등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유가 임원 급여 공개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며 "최근 이런 대목들이 정리되자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경영 전면에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오리온 사업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사업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사업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점을 고려해 허인철 부회장에게 중국사업에 좀 더 전념하도록 하면서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오리온의 전반적 경영을 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 오리온 중국사업 올해 회복 예상
오리온은 전체 실적에서 중국사업 비중이 매우 크다. 중국사업은 오리온에서 연결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57.5%, 영업이익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오리온의 중국사업은 최근 들어 성장속도가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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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
오리온은 중국사업 정체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 1조8336억 원을 기록해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1.1% 줄었다.
오리온의 매출 증가율은 중국사업이 호조를 띈 2012년 23.9%를 기록했으나 2013년 4.9% 증가에 그친 데다 지난해 뒷걸음질쳤다.
오리온 중국매출이 둔화된 것은 중국법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오리온푸드의 성장 정체 탓이다. 오리온푸드는 지난해 3분기에 매출 857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에 그쳤다. 2013년 매출증가율이 13.2%를 기록한 데 비하면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은 중국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 중국의 유통망 확대에 힘쓰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심양과 광저우 지역을 중심으로 동네슈퍼를 포함해 전통 유통채널을 7만 개 가량 확대하려고 한다. 중국의 전통 유통채널은 영업이익이 대형마트보다 더 많이 남는다.
오리온은 또 올해 중국 히트상품인 ‘초코파이’ 외에 여러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중국 공장라인도 기존 70개에서 80~85개로 늘리기로 했다.
오리온이 중국사업에서 올해 다시 이익을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올해 오리온의 중국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15.9%, 18.4%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에서 영업이익을 상대적으로 많이 남기는 유통채널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