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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이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삼성전자의 보안 플랫폼 '녹스(KNOX) 2.0'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최근 불거진 블랙베리 인수설을 다시 한 번 부인했다.
블랙베리와 이미 협력 관계에 있으며 인수는 회사 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다만 블랙베리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인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삼성전자, 인수설 공식 부인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이 공식성명을 통해 블랙베리를 인수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신종균 사장은 “삼성전자가 원하는 것은 블랙베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인수를 원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블랙베리 인수가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블랙베리의 보안 플랫폼이 우수하지만 삼성전자는 ‘녹스(KNOX)’라는 자체 보안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적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의 다른 임원들도 블랙베리 인수설을 거듭 부인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임임원 만찬에 참석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블랙베리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블랙베리 인수설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설은 지난주 가장 큰 이슈였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블랙베리 인수를 위해 협상중이라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기업용 모바일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8조 원을 들여 블랙베리를 인수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블랙베리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인수설은 단순한 ‘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 블랙베리는 왜 매력적 매물이 아닌가
인수설이 제기됐을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블랙베리가 가진 보안기술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기업간거래(B2C)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 경우 블랙베리 인수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블랙베리 인수로 기대되는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를 앞세워 기업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블랙베리의 플랫폼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블랙베리와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의 녹스와 블랙베리의 최신 기업용 모바일 관리 솔루션인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서비스12(BES12)’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올해 초 선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성명에서 “현재 녹스의 보안성과 사업 진행속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녹스를 장기적 관점에서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베리가 보유한 특허가 시장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에 큰 힘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13년 기준 11만 건 이상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 특허 건수만 3만4천 건에 이른다. 블랙베리는 4만4천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들일 만큼 삼성전자에 매력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미국과 캐나다의 국가안보 문제 때문에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을 비롯해 미국 정부기관들이 블랙베리를 사용하고 있어 해외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3년 중국업체인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를 추진했을 때 캐나다 정부는 보안문제를 거론하며 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 협력확대 폭 어느 정도일까
삼성전자가 인수설을 일축했지만 블랙베리와 지속적 협력관계를 맺겠다고 밝힌 만큼 인수설이 다시 제기될 여지가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블랙베리의 기술을 삼성전자 기기에 적용하는 방안 등 블랙베리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블랙베리와 협력을 확대할 경우 다음 단계는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될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와 블랙베리는 지난 ‘CES 2015’에서 모두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공개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카시장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BMW와 벤츠 등 세계 유명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앞다퉈 스마트카를 선보이며 올해 스마트카시장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블랙베리는 독자 운영체제(OS)인 ‘QNX’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로 개발했다. QNX는 확장성과 보안성이 우수해 폭스바겐과 BMW,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용 운영체제로 채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시장 선점은 얼마나 우수한 보안기술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보안분야에서 블랙베리의 강점이 계속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