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서 메모리반도체 D램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D램기업을 상대로 가격 인하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욱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스마트폰시장 침체 영향으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2분기에만 최대 18%에 이르는 하락폭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그래픽카드, 데이터서버 등에 탑재되는 D램은 IT기기 제조사들의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 힘입어 평균 탑재량이 늘어나며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이나 PC의 성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서버업체들이 D램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 낸드플래시 탑재량을 오히려 줄이는 사례도 늘어나며 낸드플래시업황에 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업황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D램의 매출 비중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증설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하지만 D램 호황기가 지속되는 반면 낸드플래시시장 경쟁과 업황 악화가 올해 들어 예상보다 심각해지며 D램 매출 비중을 낮추려는 노력은 성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D램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소폭 높여 잡았지만 낸드플래시 매출 전망치는 기존보다 4.4%, 영업이익 전망치는 27% 낮춰 내놓았다.
노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올해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입을 타격을 D램 가격 상승 효과가 대부분 만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서 D램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셈이다.
D램 호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출처를 다변화하지 못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 등 완제품사업에서도 최근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어 메모리반도체의 실적 견인차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반도체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압박에 더 취약하게 됐다.
중국 당국은 6월 초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사를 대상으로 가격담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D램 가격이 최근까지 비정상적으로 올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D램 가격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과거 비슷한 사례를 볼 때 다양한 방식으로 인위적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올리는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의 압박에 백기를 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론이 D램 가격을 낮추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만큼 큰 타격을 볼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이 담합 정황을 파악하면 반도체기업들에 연간 D램 매출의 최대 10%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과징금 대신 D램 가격을 대폭 낮추도록 협상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D램에 실적 의존이 높아지면서 불안해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안정성이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더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D램 가격담합의 증거를 찾아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딘다"며 "결정적 증거가 없더라도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