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높일까?
에이치솔루션은 과거 한화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몸집을 키웠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S&C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 하나를 잃게 됐다.
자체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우선 자회사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데 다른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 올려야 할 필요성
1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했지만 시스템통합사업을 떼내고 남은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더욱 절실해졌다.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사실상 한화그룹의 에너지·화학부문 지주회사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9월까지 한화S&C라는 회사이름을 사용했는데 과거부터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회사로 꼽혔다.
에이치솔루션을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와 합병하면 세 아들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한 발 다가설 수 있고 에이치솔루션을 상장하면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승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은 에이치솔루션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덩치를 급격히 불리는 데 집중했다. 에이치솔루션의 몸집을 키워놓으면 합병을 하든 상장을 하든 세 아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에이치솔루션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회사 한화S&C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고 그 뒤 합병법인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 일감 몰아주기로는 기업가치를 올리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 어떻게 기업가치 높일까
에이치솔루션의 지배구조를 놓고 볼 때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 상승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에너지는 전남 여수와 전북 군산에 위치한 산업단지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2015~2017년 3년 동안 연결기준으로 연평균 매출 4924억 원, 영업이익 1177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3.9%나 되며 외형성장 속도를 가늠할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매출 성장률은 해마다 15% 이상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태양광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이 삼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인수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을 39.16% 지닌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에서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한화종합화학을 2022년까지 기업공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2년 동안 연평균 1조5천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한화토탈의 모회사이자 태양광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코리아의 모회사이다.
이를 감안할 때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하면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가치가 더욱 늘어날 수 있고 이 수혜는 에이치솔루션과 김 회장의 세 아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현재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장부가격을 2135억 원으로 책정해놓고 있는데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하게 되면 기업가치가 수조 원대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자체사업을 통한 외형 성장도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에이치솔루션은 2017년 10월1일자로 한화S&C을 물적분할하면서 자체사업을 하나도 지니지 않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유지되고 있다. 직원도 3~4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체사업을 통한 기업가치 올리기가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2017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이익잉여금이 1조178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새로운 자체사업에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