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자 적극적 대응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에 따라 인터넷은행이 금리 인하 등 중금리대출 확대에 나서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도 신상품을 출시하며 중금리대출 확산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 (왼쪽부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을 독려하는 한편 기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참여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했을 당시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확대하는 것을 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8년 초 “출범 당시 세웠던 목표에 맞게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대출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주축으로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 신규 공급을 연간 7조 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7년 말까지 중금리대출 연간 신규 공급액은 3조5천억 원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비중은 예상보다 크지 못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안전한 고신용자대출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카카오뱅크는 5월 말 기준으로 가계 신용대출에서 금리 4~6%대의 중금리대출이 전체 대출의 2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뱅크는 56.5%까지 확대해 카카오뱅크보다는 중저신용자에 대출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지적을 의식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는 5월18일부터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하했다. 케이뱅크도 4월 중금리상품의 가산금리를 0.05~0.6%포인트까지 낮췄다.
시중은행들도 중금리대출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NH농협은행이 4월 비대면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을 내놨다. 최대 2천만 원까지 대출을 제공하며 기계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5월부터 신용등급 4~8등급 고객을 위한 사잇돌 중금리대출에서 만29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 고객에게는 금리를 0.2%포인트를 낮췄다. 해당 고객은 최저 연 6.22%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금융위가 저축은행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2018년 4분기부터 완화하기로 해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수준으로 한정했지만 저축은행업계가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까지 줄고 있다며 중금리대출의 총량 규제 제외를 요청해 금융위가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중금리대출은 부실채권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신용평가모델이 뒷받침돼야 중금리대출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서민금융과 정책서민금융의 역할 정립을 통한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체계 구축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려면 그 특성에 맞는 대출심사와 사후관리방법을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이런 노력의 하나로 자체적으로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CSS)을 구축해 신용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개인 신용평가를 많이 취급한 전문회사의 경험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자산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개인 신용평가 노하우가 많은 SGI서울보증의 중저신용자 여신 보증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