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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한진그룹이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는 와중에도 계열사를 늘리며 몸집을 부풀리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새로 늘어난 계열사들은 조양호 회장과 3자녀 등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수익을 늘리고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한마디로 부의 편법 승계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폐쇄적인 족벌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모두 74개다. 이는 2009년 43개에서 5년 만에 무려 31개나 늘어난 것이다.
새로 편입된 계열사는 한국벌크해운, 지주사 한진칼 등 모두 17개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수상화물을 취급하는 한국티비티를 비롯해 비주거용 부동산 관리업을 영위하는 한진정석투자 등이 포함됐다.
한진해운경인터미널, 한진울산신항운영, 한진해운신항물류센터, 부산마린앤오일 등의 운수업종 관련 계열사들도 2011년 대거 편입됐다.
업종별로 보면 2009년 이후 운수업이 10개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부동산업 및 임대업을 하는 계열사는 7개가 새로 생겼다. 이밖에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5개 업종, 출판영상과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3개,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2개씩 신규 추가됐다.
늘어난 계열사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싸이버스카이다. 이 회사는 비상장 계열사로 조양호 회장의 3자녀가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가 주로 하는 사업은 대한항공 기내에서 면세품을 판매하고 광고판매를 전담하는 것이다.
한 승무원은 최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우리가 기내에서 열심히 면세품을 팔면 그 이익은 모두 조현아 전 부사장 3남매가 가져가도록 돼 있다"고 자조섞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싸이버스카이는 지난해 한진이 운영해 온 온라인쇼핑몰 ‘한진몰’도 인수해 덩치가 더욱 커졌다.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그룹 안에서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급성장해 조 회장 3남매를 위한 부의 편법승계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2013년 매출 42억8천만 원 가운데 35억9천만 원이 대한항공 등 계열사에서 나왔다. 계약도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진 것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토파스여행정보와 한진정보통신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회사들도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을 도맡아 매출을 올려왔다.
한진이 자회사인 한진드림익스프레스를 합병한 과정도 오너의 이익을 중심에 놓은 독단적 의사결정이 빚은 한 사례로 꼽힌다.
한진드림익스프레스는 2000년 설립돼 운송업을 주로 해 왔다. 한진드림익스프레스는 2008년 주요사업인 택배사업을 한진에 넘기고 의류 B2B사업을 벌인다. 그뒤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부실기업이 된다.
결국 한진은 지난해 말 한진드림익스프레스를 합병한다. 한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운영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너 일가 중심의 회사를 경영한 결과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한진은 정석기업이 21.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조양호 회장(6.87%), 조현아 전 부사장(0.03%), 조원태(0.03%)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지분 27.21%를 보유한 정석기업을 기반으로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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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이면서 조 회장의 막내 조현민 전무가 지난해 초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이기도 하다.
정석기업은 인하대학병원 건물관리사업도 하는데 병원 1층에 조 전무가 운영하는 커피숍이 있다.
커피숍 운영수익은 물론이고 정석기업이 건물 임대를 통해 얻는 임대차 수익도 모두 조 전무를 비롯해 오너 일가에게 들어가도록 돼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8일 인하대병원에 조 전무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맺은 계약 내용을 정보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인천연대는 “인하대학병원은 입주한 업체들을 관리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임대차 내용과 이디야와 임대차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는 또 “한진그룹은 재벌3세가 돈을 벌 수 있는 알짜사업 기회를 철저하게 유지해 왔다”며 “인하대병원과 한진빌딩 1층 이디야 커피숍의 점주를 각각 조현민, 조현아씨로 한 것과 인하대병원 지하 리모델링을 정석기업에 주며 정석기업이 임대차 수익을 챙겨갈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