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양예원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가 ‘성폭력 수사 개정 매뉴얼’을 뒤엎기 위해 헌법소원을 냈다.
그의 사건은 ‘무고죄는 추후 조사한다’는 성폭력 수사 개정 매뉴얼을 따르는 첫 사례다.
▲ 유투버 양예원씨.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는 최근 배포된 성폭력 수사 개정 매뉴얼이 평등권을 침해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해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5월3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대검찰청은 5월11일에 성폭력 수사 개정 매뉴얼을 전국 검찰청에 배포했다.
개정된 매뉴얼의 핵심은 성폭력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역고소해도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무고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이들이 상대의 무고죄 고소를 두려워해 입을 열지 못한다’는 여성계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무고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면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증명에 더해 범죄자로 의심을 받으면서 무고가 아닌 점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가 헌법소원을 낸 것은 이런 개정 내용이 피의자의 평등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맞고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정씨에 대한 수사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는 점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유투버 양예원씨는 2015년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찾아간 정씨의 스튜디오에서 강제로 누드 사진을 찍으며 성추행을 당했고 그 사진이 최근 유출돼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5월17일 정씨를 고소했다.
정씨는 5월30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양씨를 맞고소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개정된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 따라 무고 혐의 관련 수사를 차후로 미뤘다.
정씨 측은 법률적 조치와 별개로 “양씨와 합의해 촬영했고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며 양씨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정씨는 직접 사설업체를 통해 복원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5월25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양씨는 '일거리를 달라'며 적극적으로 정씨에게 일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정씨와 양씨의 휴대전화 등을 입수해 진위를 분석하고 있다.
양씨는 5월28일 “그 사람들(정씨 등)은 ‘이미 사진 찍은 것을 들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협박으로밖에 안 들렸다. 가장 무서운 건 유출이었다”며 “이미 수치스러운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하지만 몸을 만져도 된다고 허락한 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양씨 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추행과 협박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같은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된 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식 재판을 청구해 무죄를 다투며 변호사와 추후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정씨 뿐 아니라 일부 스튜디오 실장들이 주최하는 비공개 촬영회는 2005년경부터 성행해왔다. 인터넷 카페에 모인 아마추어 사진사들이 회비를 내고 참석하며 촬영 대상은 주로 모델 경력이 없는 일반 여성이다.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힌 사진은 공유 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이를 시작으로 여러곳에 옮겨졌다.
현직 사진작가인 박재현 루시드 포토그라피 대표는 5월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공개 촬영회를 놓고 스튜디오, 실장의 범법 여부에만 집중하지 말고 참여한 사진사들도 처벌해야 한다”며 “‘무고냐 아니냐’로 양씨가 여론전의 돌팔매질을 맞게 되면서 정작 주목받아야만 하는 비공개 촬영회와 성추행 문제는 점점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