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칼날을 뽑은 만큼 금융감독기구로서 면을 세워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난다면 금감원이 무리한 감리 결과를 내놓아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데 책임을 져야할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심각한 손해에도 부담을 느끼게 된다.
공격적 해외투자자들도 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 어느 쪽이든 '잘못'이 확인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결론의 파장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결론이 나면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받을 수 있다.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조치도 뒤따를 수 있고 글로벌 바이오회사로서의 명성은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금융위로서 책임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하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가 굳건히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다름아닌 ‘공정성’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위반 여부를 심의하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균형 있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 중심으로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리위원들 일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관됐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2015년 11월 자본시장국장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의 근거가 된 규정 개정을 승인했던 인물인 만큼 이번 감리위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광윤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전 감리와 관련돼 감리위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도 받았다.
금융위 내부에서 "양쪽이 일리있는 주장으로 공방을 하는 상황보다는 누가봐도 명백한 증거자료가 나와 확실히 한 쪽 손을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번 사안을 접하는 금융위의 고심은 깊다.
"사방이 적입니다."
1998년 4월1일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은 취임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어항 속 금붕어가 되는 것입니다. 수족관이 아무리 커도 어항에 불과합니다. 돌이나 바위 속에 숨어 있으면 안보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밖에서는 일거수 일투족이 다 보입니다." 이 위원장은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이 위원장은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에 오르면서 떠오른 두려움을 금감위 직원들에게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했다고 나중에 그날을 회고하며 말했다.
그 두려움이 지금 금융위원회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공정성'만이 그 두려움을 이겨낼 유일한 길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