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2017년 12월22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우리은행> |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하며 0.0001%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개시 첫날부터 오류가 줄줄이 발생해 애를 먹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4년 만에 전산 시스템을 바꿨지만 개시하자마자 시스템이 오작동해 가동 4일째가 되도록 완전한 정상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은행 원터치알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원터치알림 앱은 입출금 등 거래내역을 스마트폰 알림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로 우리은행 계좌와 연동돼 있다.
새로운 전산 시스템 가동 첫날인 8일 원터치알림 앱에서 다른 사람의 거래내역이 화면에 뜨는 문제가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급히 원터치알림 앱 서비스를 중단하고 점검에 들어가 11일부터 다시 알림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아직 아이폰에서는 상세내역 확인 등 온전한 작동이 안 되고 있다.
새로운 전산 시스템에 맞춰 원터치알림 앱도 업그레이드 단계를 밟아야 했는데 고객들이 한꺼번에 업그레이드하면서 앱에 과부하가 걸린 점이 원인으로 진단됐다.
원터치알림 앱에서 문제가 생기자 함께 연동된 우리은행의 대표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원터치개인 앱에서도 로그인 등 문제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10일 우리은행 계좌로 월급을 받는 군인들에게 월급 이체가 안되면서 드러났다. 새 전산시스템 자체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가동과 함께 한꺼번에 금융업무량이 몰리면서 월급 이체가 일시적으로 안 됐다”며 “문제를 확인한 뒤 곧바로 조처를 해 당일 월급 지급을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손 행장은 전산 교체기간 동안 연휴에도 직접 출근해 모든 임직원과 함께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는 등 차세대 전산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
0.0001%의 오류도 허용할 수 없다며 무결점의 완벽한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개시 일자도 미루라고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연이은 오류가 나타나면서 고객들은 전산 시스템에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우리은행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불편하고 짜증이 난다"는 식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다.
급기야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은행 전산 관련자들을 수사하고 고객 피해를 보상하게 하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우리은행 차세대 전산 시스템은 손 행장이 가동 날짜를 한 차례 미루면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원래 설 연휴인 2월15~17일 모든 전산 시스템을 닫고 교체작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1개월 전부터 고객들에게 금융업무 중단에 대비하라고 알렸다.
하지만 2월13일 오류 점검을 더 해야 한다며 돌연 취소했다.
심각한 시스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우리은행은 사소한 오류까지 잡기 위한 것이지 큰 결함은 아니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손 행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은행 전산 시스템 전체를 돌아보고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전산시스템 문제로 최근 서울시금고 입찰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가 결국 제1금고지기 자리를 뺏겼다.
104년 동안 서울시금고 운영을 독점했지만 5월 공개입찰을 앞두고 우리은행의 서울시금고 이택스 전산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세금고지서를 잘못된 수신자에게 보낸 것이다.
차세대 전산 시스템은 개발 인력 감축에 따른 무리한 업무 진행으로 부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1년여 전부터 나왔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에 필요한 SK의 C&C부문 전문인력을 감축하고 우리FIS인력을 투입해 일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기술(IT)분야 종사자로 추정되는 인터넷 게시글 작성자는 “우리은행은 1년 걸릴 차세대 전산 개발작업을 3개월 계약직 4명을 뽑아 속도전으로 한다”며 “우리은행 차세대 전산 시스템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89% 이상”이라고 글을 썼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산 교체작업 기간인 3일 동안 금융업무를 하지 못했다가 시스템 재개일에 한꺼번에 트래픽이 쏠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