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인적분할을 통한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10일 열린 10대그룹 간담회와 JTBC 뉴스룸 인터뷰 등에서 삼성그룹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쏟아내며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을 때 썼던 보고서를 계속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10대그룹 간담회에서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작성한 보고서를 삼성 측이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제안해줄 것을 요구하자 또 보고서 얘기를 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거듭 압박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작성한 보고서를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6년 2월에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공인회계사)와 함께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분석과 전망’이라는 경제개혁 이슈 보고서를 썼다.
이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세 단계의 순서를 밟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1단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2단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금융계열사의 일반지주회사 설립 △3단계: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허용시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지주회사 설립 등이다.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삼성물산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띤다.
김 위원장은 첫 단계로 꼽은 금융지주회사 설립 방안으로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금융지주회사인 ‘물산금융지주(가칭)’로 만드는 방법과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해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생명금융지주(가칭)’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봤다.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금융지주회사를 세우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물산을 사업회사인 ‘물산사업회사’와 삼성생명 주식만 보유한 ‘물산금융지주’로 인적분할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율과 동일한 17.23%씩 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이외에 다른 금융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적분할로 설립된 물산금융지주는 삼성생명 주식 19.34%만 보유하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상장자회사 지분 30% 이상, 비상장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물산금융지주는 삼성생명 지분을 추가로 10.66%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물산금융지주가 삼성생명 주주들을 상대로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금융지주회사법의 요건을 충족할 수도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자회사인 보험회사가 또 다른 보험회사를 손자회사로 둘 수 없는 만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화재 지분 14.98%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는다.
금융지주회사법상 행위제한규정의 유예기간은 5년(추가승인을 받으면 2년 연장 가능)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을 만족하기 위한 유예기간 2년보다 시간이 넉넉하다. 삼성그룹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물산 인적분할을 통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삼성그룹에 매력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홍역을 치렀는데 삼성물산을 다시 분할하는 작업이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김 위원장은 봤다.
김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이 인적분할한 뒤 공개매수와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외부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초래하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 등의 금융지주회사 지배력을 높이려 한다는 의구심을 받게 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