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4-23 16: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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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석유수출국기구 외 국가 사이에 감산 합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한 공동감시위원회(JMMC)가 20일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또 그것(감산 합의 연장)을 하려 한다”며 “국제유가가 인위적으로 너무 높으며 그것(고유가)은 좋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연장 움직임을 비판했지만 실질적으로 국제유가를 높이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크게 4가지가 꼽힌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증가, 산유국 감산 합의, 시리아 사태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성 증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가능성 등이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 제품과 관련한 꾸준한 수요 외에 정치, 외교적 요인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중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 사이의 감산 합의 연장을 주도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100달러까지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동맹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개인적으로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했다.
미국은 아람코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람코는 세계적으로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으며 유럽, 일본 등에서 상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합의 연장을 강하게 저지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성을 높인 이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가 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공습을 감행해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이란 제재도 미국을 제외한 이란 핵 협상의 당사국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대선을 앞당겨 연임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금수조치를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미국에 ‘양날의 검’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국제유가의 상승세에 발맞춰 셰일오일을 증산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 내 원유 생산회사가 수혜를 보게 된다. 게다가 미국 내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인 텍사스주, 오클라호마주 등은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 사무총장이 “미국 역시 감산합의에 수혜를 보고 있으며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오른다면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정제유의 계절적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고유가는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등 경기 위축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 상승을 유발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가가 오르면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미국과 외교적으로 대립 중인 이란과 러시아 등이 고유가로 재정적 이득을 보게 되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시리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제제재를 하고 있다. 6일 러시아 관료, 국영 기업 등과 미국인 사이의 상거래를 금지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만으로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20일 트럼프의 발언이 공개되고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잠시 배럴당 67.5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전일보다 0.09달러 오른 68.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관련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크다. 이란 제재, 베네수엘라 제재, 시리아 사태 해법 등을 놓고 트럼프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국제유가가 출렁일 수 있다.
국제유가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은 앞으로 있게 될 외교적 행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