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이 오너 자녀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재벌가의 경영세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들의 특권의식에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의 변화는 이런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 조현아 전 사장 사건부터 최근 조현무 전 전무 사건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며 "경영권 승계를 책임있게 추진하는 회사 내부 기구도 없으며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권한과 책임 소재는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최근 몇 년 사이 나이가 비교적 어린 재벌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속속 등장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0위(농협 제외)안에 든 그룹 가운데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조현민 전 전무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난 30대 오너 자녀가 고위임원에 올라 있다.
한화그룹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1983년생이다. 그는 2010년 1월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2015년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1982년생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지주사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한 뒤 2015년 전무에 올랐다.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1월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오너일가의 초고속 승진이 대를 내려갈수록 빨라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창업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 세대는 평균 29.5살에 입사해 5년1개월 뒤인 34.6살에 임원이 됐고 3~4세대는 28.8살에 입사해 4년2개월 만인 33살에 임원이 됐다.
◆ 아버지 세대와 달리 현장 경험 없고 조직 장악력도 없어
재벌 3~4세 대부분이 유학을 다녀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장경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직책에 바로 투입된다.
기업 규모는 훨씬 커지고 있지만 현장 경험은 물론 연륜은 훨씬 적은 상태에서 그룹을 좌우하는 자리에 오르는 셈이다. 이들이 자라온 환경 자체가 소통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변 인물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에서 조직 장악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을 직접 일군 창업주와 이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도운 2세와 달리 이른바 '금수저'로 태어나 경영권을 물려받는 3~4대를 보는 내부 조직원들의 시선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을 둘러싼 경영환경 역시 아버지 세대와 다르다.
이들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시기는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에 접어든 시기로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소극적으로 경영에 나서게 되고 내부 조직원들 사이에서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 경영 세습 막는 안전장치 만들어야
국내에서도 경영 세습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승계를 무조건 막기보다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장치를 만들어 능력을 인정받으면 경영자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