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 기자 yblim@businesspost.co.kr2018-04-04 15: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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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달러환율이 1천 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무역협정과 관세를 통해 압박에 나서면서 동시에 환율조작국 지정여부까지 거론하고 있어 기획재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4일 금융권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환율의 흐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4일에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0.53%(5.60원) 오른 1059.80원에 거래를 마감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1060원대를 밑돌고 있다.
2일에는 1056.6원을 보인 데 이어 3일 1054.2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최근 3년5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지속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에 수출 호조와 외화자산 운용수익의 증가로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2018년 3월 말 3967억5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또 우리나라와 북한의 관계 개선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된 점도 영향이 크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5월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한 달 사이에 북한과 관련한 한반도의 리스크가 잦아들면서 우리나라 경제와 원화의 가치 하락 요소가 줄어들었다”고 파악했다.
여기에 미국이 통상과 환율을 연계해 압박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의 개입도 쉽지 않아진 것도 문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말 한국 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하면서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내용을 합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경제전문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철강과 외환, 한미FTA 등 서로 다른 세 분야의 개혁에 초점을 맞춰 한국과 협상을 진행했다”며 “결과가 자랑스럽다”고도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자유무역협정 협상과 환율 협의는 별개의 사항”이라며 항의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한국 정부의 개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논의가 실제로는 한미 FTA와 연계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환율정책에 외부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의 약달러정책 의지도 확인됐다”고 파악했다.
미국 재무부가 4월 중순에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는 점도 환율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에 포함되지 않으려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되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정책을 다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통해 환율조작국 또는 관찰대상국을 지정한다.
미국 재무부 장관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만약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종 경제제재를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10월 관찰대상국에 올랐기 때문에 올해 4월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려면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따라 환율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4월에도 지속돼 심리적 지지선인 1050원을 밑돌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가 안정되고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으로 달러 약세까지 강해지면 환율이 3~6개월 안에 102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달러 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정책대응이 중요할 것”이라며 “올해 말 환율이 1030원 정도로 떨어질 수 있으며 만약 정부의 대응이 전혀 없다면 1천 원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