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리 기자 yrcho@businesspost.co.kr2018-04-03 1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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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약속어음 제도 폐지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약속어음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손봐야할 사안들이 많은 데다 제도 폐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제도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5월까지 약속어음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미 2017년 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약속어음 폐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스크포스 관계자에 따르면 약속어음제도의 단계적 폐지방안이 애초 계획했던 일정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약속어음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세부방안이 언제 나올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환청구권 등을 포함해 약속어음 제도 폐지에서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상환청구권은 약속어음 발행자(구매기업)가 만기일에 어음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어음이 부도났을 때 은행이 부도어음을 할인받은 기업(판매기업)과 어음을 중간에 배서한 기업에게 어음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어음을 할인받은 기업과 중간 배서기업 모두가 구매기업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다면 어음과 관련된 기업 전체가 부도 위험에 몰리게 된다.
약속어음 폐지정책은 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환청구권을 없애고 약속어음을 대체하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마련하면 어음할인에서 판매기업이 부담하는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
이미 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 제도와 외상매출채권담보 대출, 상생결제 시스템 등 여러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구매기업의 지급위험을 판매기업이 아닌 제3의 금융기관이 지게 된다. 금융기관은 채권을 매입해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구매기업과 판매기업의 채무관계는 정리된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을 실제로 조성하려면 기업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일원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약속어음제도 폐지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구매기업의 변제능력에 따라 금융기관이 감당하는 리스크가 달라지는 만큼 대상 기업의 신용상태와 채권가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현재 신용정보평가 시스템은 전체 기업의 자금흐름이나 어음할인 상황을 한 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어음은 수표와 합산해 통합 공시하므로 결재상황을 세부적으로 알기 어렵고 특히 종이어음은 전체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
전자어음을 사용하면 어음 이용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17년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전자어음 사용규모는 2016년과 비교해 12.8% 줄었다. 2016년 이용률은 2015년과 비교해 10.8% 감소하면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음교환액과 은행을 통한 할인규모를 매년 발표하고 있지만 비은행권 어음할인규모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고 있는 통합어음정보 시스템도 어음 소지인이 어음발행내역을 등록해야 하고 1천만 원 이하의 거래대금은 등록되지 않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상환청구권 없는 매출채권 팩토링 제도 도입방안’에서 “상환청구권을 없애기 위해서는 구매자의 신용상태를 정확히 평가할 신용평가 네트워크와 인프라을 구축해야 한다”며 “빅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어음의 유통 등을 분석함으로써 거래상황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