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9’를 자급제 스마트폰으로도 내놓으면서 이동통신시장에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도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어 국내 자급제 스마트폰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월16일에 출시한 갤럭시S9 자급제 스마트폰이 10만 대 이상 판매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급제 스마트폰은 제조사가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유통점에서 판매하는 휴대폰을 말한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갤럭시S9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자급제 스마트폰을 꾸준히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전자도 조만간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는 스마트폰과 가격 차이가 없는 자급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도 자급제 스마트폰 구매자를 겨냥한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약정을 하지 않아도 포인트를 지급해 요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약정은 없애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요금제를 각각 내놨다.
알뜰폰 사업자들도 새로운 유심요금제를 출시하며 자급제폰 구매자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자급제 스마트폰 구입 고객이 많지는 않지만 제품수가 다양해지고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며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자율적으로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어 기존 스마트폰 유통구조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현재 결합돼 있는 단말기 구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다. 전자제품을 구매하듯이 단말기를 구매하고 통신 서비스 가입은 별도로 하는 것을 법으로 강제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현재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자급제 스마트트폰이 활성화되면 사실상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자급 스마트폰 비율은 8%에 불과하다. 그러나 점차 자급제 스마트트폰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으로 지원금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줄고 있는 점은 자급제 스마트폰 활성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해 통신사에서 따로 가입을 하면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 상향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선택하는 비중이 줄어든 만큼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 가능성이 크다.
최근 통신사들의 유통점에 주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가 줄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판매장려금이 줄면 유통점이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도 줄어들어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한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자급제 스마트폰시장은 온라인의 활성화, 보조금 축소, 알뜰폰 증가, 선불 요금제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4G 도입기에는 통신사가 신형 단말기 유통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일반화된 뒤에는 일반 전자제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