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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베트남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유통사업에서 선두에 서 있지만 베트남 진출은 후발주자나 마찬가지다.
롯데그룹과 CJ그룹은 일찍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자리를 넓히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차별화 전략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중국사업의 실패를 베트남에서도 되풀이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베트남사업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백화점보다 시간적 경제적 제약이 적은 홈쇼핑을 선택해 베트남에 들어가고 있다.
◆ 정용진, 중국사업 반면교사 삼아 베트남사업에 승부수
정 부회장은 11일 ‘한 아세안 최고경영자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하반기에 베트남에 이마트 1호점을 낼 것”이라며 “이번에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중국사업을 사실상 철수하면서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는 1997년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14년까지 100개의 이마트를 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마트는 중국에서 매장 27개와 법인 10개를 철수했고 현재 매장도 15개로 줄였다. 중국에 진출한 지 17년 만에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마트 중국사업은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530억 원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10년 말 직접 하노이와 호치민을 꼼꼼히 둘러보고 사업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아래 있는 베트남에 진출하려면 베트남 정부와 오랜 기간 긴밀하게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외국기업이 베트남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진행이 쉽지 않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베트남에 이마트를 열 계획이었지만 늦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시로부터 자본금 6천만 달러 규모의 현지투자 승인을 받았다. 지난 7월 호치민공항 부근 떤푸 지역에 2호점 부지를 사들였다.
신세계그룹은 베트남 이마트의 1호점 영업이 활성화하면 곧바로 2호점을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부회장은 “이전에 해외사업을 쉽게 생각했지만 중국사업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며 “베트남과 동남아지역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사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베트남사업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처럼 점포의 임대료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베트남에서 점포 부지의 5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베트남에 롯데마트가 벌써 10번째 점포를 여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데다 다른 해외기업들도 포진하고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치민은 주변 신도시를 합치면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대형 상권”이라며 “기존에 진출한 롯데그룹뿐 아니라 대형 글로벌 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진출하고 있어 신세계그룹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 정지선, 어떻게 베트남 홈쇼핑 차별화할까
현대홈쇼핑은 중국에 이은 두번째 해외시장으로 베트남을 노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5월 베트남 진출에 앞서 국영방송사 VTV와 먼저 손을 잡았다. VTV의 자회사인 VTV브로드콤(방송기술업체), VTV캡(종합유선방송사업자)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맺었다. 현대홈쇼핑은 내년 상반기쯤 홈쇼핑 채널을 연다.
현대홈쇼핑은 베트남 진출 첫해에 매출 300억 원, 3년 안에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해 베트남 홈쇼핑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홈쇼핑은 계열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의 의류 잡화 브랜드를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또 베트남 현지에 공장이 있는 현대리바트의 인테리어 상품 판매가 수월하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지선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은 백화점과 아울렛처럼 출점이 필요 없어 내부보유금 9천억 원을 인수합병에 투자할 수 있다"며 "한섬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나 콘텐츠 기업의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을 내실 위주 경영에서 벗어나 성장 위주전략을 통해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정 회장은 한섬과 현대리바트가 베트남시장에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보려고 한다.
베트남의 홈쇼핑시장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베트남 케이블TV와 위성TV 가입 가구는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현대백화점그룹이 베트남 홈쇼핑시장 진출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제품에 메이드인 코리아를 붙이고 한국어를 표시하면 매출이 늘어난다”며 “그만큼 베트남 국민들이 한국 홈쇼핑을 보는 데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홈쇼핑기업들이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에 부담이다. 2010년 CJ오쇼핑이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2011년 롯데홈쇼핑, 2012년 GS샵이 차례로 베트남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CJ홈쇼핑은 베트남 1위 케이블TV회사인 ‘SCTV’와 합작투자한 ‘SCJ’를 통해 베트남 안방을 파고들고 있다. SCJ는 베트남 전체 케이블 가입가구 500만 가운데 370만 가구에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SCJ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40% 오른 4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베트남 유통시장은 2008년 이후 매년 30% 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유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