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는 4월말까지 잠정 유예된 것”이라며 “영구 면제를 위해 미국 통상당국과 조건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통상교섭본부는 미국 통상당국인 무역대표부(USTR)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관세 면제를 위해 무역대표부와 계속 접촉해 왔다. 또 한미FTA 협상의 틀에서 관세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철강 관세 영구 면제는 한미FTA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개정협상에서 자동차분야에 가장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와 무역에서 자동차분야 적자 규모가 전체의 72.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철강 관세 면제를 지렛대로 자동차분야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우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내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자동차 수입물량을 업체당 2만5천 대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이 수입쿼터를 늘리기를 원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 중 픽업트럭은 25%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3년 후에 관세가 폐지된다. 관세 유지 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이 외에 자동차부품 원산지 기준 강화 등의 요구사항이 떠오른다.
단순 통상이 아닌 외교적 요청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계기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기 위한 동맹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도 철강 관세에서 잠정 제외됐는데 미국은 그 대가로 중국의 다양한 무역 왜곡정책을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과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데 공조할 것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도 이를 요구하면 겨우 중국과 사드갈등을 봉합하는 단계에서 또 다시 통상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때 받을 수 있는 피해는 다른 나라보다 특히 클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 EU, 브라질, 한국 가운데 중국과 FTA를 맺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호주뿐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호주와 중국 교역 규모의 2배 수준이라 통상마찰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안보분야에서 협력 대가를 받아내려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부담을 위한 제10차 방위비분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차 회의가 7~9일 하와이에서 열렸고 2차 회의는 이르면 4월 중순 서울에서 열린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석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도 돈을 잃고 군사에서도 돈을 잃는다”며 “우리는 남북분계선에 3만2천 명 병력을 두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은 2008년 7415억 원에서 올해 9602억 원까지 증가했다. 내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