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3-14 17: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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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V30S씽큐’의 성능을 크게 개선하지 않고도 높은 출고가격을 책정한 것은 판매량보다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V30S씽큐가 기존 모델인 V30와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높은 출고가격이 책정돼 국내에서 미미한 반응을 얻고 있다.
▲ 황정환 신임 LG전자 MC사업본부장 부사장.
미국 포브스는 “V30S씽큐의 소프트웨어 기능이 개선됐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저장용량이나 색상 외에는 V30와 큰 차이가 없다”며 “V30 사용자라면 굳이 이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V30S씽큐와 저장용량을 늘린 V30S씽큐플러스의 국내 출고가격은 각각 104만8300원, 109만7800원에 이른다. 같은 날 출시된 삼성전자 새 스마트폰 ‘갤럭시S9’의 기본 모델이 9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저장공간 늘린 것치고 가격이 비싸다”, “하드웨어 차이가 없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LG전자가 V30S씽큐 물량을 한정적으로 공급한 점을 놓고 볼 때 실제 판매보다 스마트폰사업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국내 이통사 3곳에 V30S씽큐 기본 모델이 아닌 V30S씽큐플러스만 공급했다. V30S씽큐 기본 모델은 LG전자 베스트샵에서만 판매한다. 베스트샵 매장 수가 전국 이통사 대리점에 한참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공급물량을 소량으로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자체적으로 플러스 모델만 이통사 대리점에서 판매하도록 결정한 것”이라며 “LG전자가 지난해 초고가 스마트폰 ‘LG시그니처에디션’을 출시했을 때를 빼면 일부 스마트폰 모델을 대리점이 아닌 자체 유통매장에만 공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V30S씽큐는 국내 이통3사 물량을 다 합쳐도 1천 대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트샵 물량까지 더해도 기존 스마트폰 신제품 공급물량에 한참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V30S씽큐의 흥행 부진으로 재고 처리가 힘들어질 상황을 대비해 공급물량을 소량으로 한정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V30S씽큐 판매 부진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가 V30S씽큐의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인공지능 등 프리미엄 기능을 부각해 스마트폰사업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이번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제품 이름에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를 추가하고 인공지능 기능이 적용된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다.
V30S씽큐 출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국내 미디어 관계자들을 상대로 컨퍼런스콜을 열고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 LG전자 스마트폰 ‘V30S씽큐’.
LG전자가 기존 제품인 'V30' 사용자들을 위해 V30S씽큐에 탑재한 인공지능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판매보다 인공지능 기술력을 부각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LG전자는 V30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V30S씽큐의 새 기능인 음성 인공지능 서비스나 자동으로 사진의 밝기를 개선해주는 ‘브라이트 카메라’ 등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했다.
V30 출고가격이 예전보다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V30를 구매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V30S씽큐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LG전자의 인공지능 기술을 알리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춘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V30S씽큐플러스는 V30S씽큐 기본 모델보다 저장용량이 늘어나 멀티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들에 적합한 제품”이라며 “대중적 인기를 끌 것으로 판단해 기본 모델과 달리 이통사 대리점에 물량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