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공식석상에서 보기가 힘들다.
정면돌파를 불사하는 뚝심, 불도저 같은 추진력 등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색깔도 현대차그룹에서 옅어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6년 12월6일 박근혜 게이트 청문회에 참석한 뒤부터 현재까지 1년3개월이 넘도록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차 시무식에도 2년 연속 불참했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 시무식에 직접 참석해 직원들을 독려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받아 심각한 판매부진에 빠졌던 2017년 9월에 정 회장은 긴급대책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하고 2016년 12월 이후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경영활동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2017년 1월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약 3조6천억 원을 신차 개발 및 생산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신흥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를 공략하기 위한 현대차와 기아차 투자계획도 공개됐다. 기아차는 1조 원을 들여 인도에 공장을 짓고 현대차는 인도에 1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신차 개발 등에 쓰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월 향후 5년 동안 그룹 차원에서 23조 원을 투자해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 및 인공지능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를 포함해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놓고 그룹 안팎에서 의구심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8년 글로벌 판매목표를 755만 대로 제시하면서 스스로 글로벌 판매 800만 대 시대가 끝났음을 시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800만 대 보다 낮은 글로벌 판매목표를 제시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연간 글로벌 판매 800만 대 돌파를 앞둔 2014년 12월에 열린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정 회장은 “800만 대에 만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며 “800만대는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7년 글로벌 판매량이 2016년보다 7% 줄어든 725만 대에 그쳤다.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겪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 판매량을 단기간에 정상화하기보다 현지 전략형 신차 개발 등 장기 처방에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이 숙원사업으로 꼽는 그룹 통합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에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 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서둘러야 올해 상반기에 착공해 2021년 완공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정면돌파를 불사하는 뚝심, 불도저 같은 추진력, 왕성한 현장활동 등으로 요약되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공식성상에서 모습을 감춘 뒤 현대차그룹은 판매를 늘리기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등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출근하는 횟수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업무를 관장하는 중”이라며 “이와 함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