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산시스템의 시행일을 한 차례 미룬 만큼 이번에는 차질없이 예정일에 맞춘 정상적 가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전에 일정을 연기했던 이유를 놓고 말이 나온다.
▲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뉴시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은행의 거래와 서비스에 적용하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를 5월8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지난 설 연휴(2월15일~18일)에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2월19일부터 정식 가동하려던 일정을 한 차례 미룬 점을 놓고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설 연휴 1개월 전부터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설 연휴 동안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점검 때문에 금융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최종 점검을 시작하기 이틀 전인 2월13일에 "일정이 미뤄져 설 연휴 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이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한치의 오류도 허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동 일정을 늦출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가동을 고작 며칠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일정을 미뤘고 구체적 이유도 밝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각에서 나온다.
정보통신(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2월에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가동하기 힘들다는 말이 지난해 말부터 암암리에 돌았다”며 “실제 가동일이 5월에서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중도에 이탈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구축에 우리FIS 등 인력 1천여 명을 동원하고 있다. 앞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경남은행이 500여 명, 광주은행이 300명 정도를 동원했던 것보다 많다.
하지만 우리FIS 인력 상당수가 우리은행의 모바일플랫폼 ‘위비’ 등 다른 IT업무를 함께 진행해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개발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우리은행이 2017년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서 관련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도 우리FIS 인력들이 참여해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개발 여유가 더욱 부족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2017년 3월 초에 한 IT개발자 커뮤니티에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자들은 평일 밤 11시, 토요일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일요일에도 격주로 출근한다고 들었다”며 “기존의 개발자들이 너무 힘들어 중도에 이탈하자 3개월 근무하는 개발자 4명을 뽑아 1년 분량을 속도전으로 개발한다는 말도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뒤 문제가 생겨 신뢰를 잃기보다 계획을 못 지켜도 작은 오류까지 바로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5월8일에 반드시 시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5월에도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하고 또 일정을 미루게 된다면 시스템이나 보안의 불안정성 등에 관련된 의혹을 떨쳐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2월에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가동을 미루면서 작은 오류를 찾고 완벽을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고 해명했다”며 “5월에 또 가동이 늦춰진다면 이전과 같은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