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훈 국정원장(왼쪽)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가운데)과 함께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을 만난 모습. <뉴시스> |
“우리 북조선에는 왜
서훈 같은 사람이 없는가?” 국내 최고 대북 전문가로 평가되는
서훈 국정원장을 두고 김정일 북한 노동당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발군의 협상력으로 김 위원장에게 이런 찬사를 끌어낸 서 원장이 이번에는 그 아들을 만나러 평양에 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회동에서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성사라는 위업을 끌어낼 수 있을까?
대북특사단은 5일 오전 방북에 앞서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국인사를 통해 “남과 북의 대화는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와 다양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심도 있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번 방북에서는 대북 접촉 경험이 적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도와 북한과 협상을 사실상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꺼내는 것은 조금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 우리에게 시급한 안보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서 원장은 2017년 5월10일 국정원장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제 일성으로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다.
만약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서 원장은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이나 남북 정상회담의 산파가 되는 셈이다.
서 원장은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장 자주 만나본 사람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2년 거주한 경험도 있다. 19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한국대표를 맡았을 당시 아예 평양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다양한 북한 관료들을 만나 그들의 업무 스타일을 익혔다.
이는 향후 북한과 협상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밤새워 술을 대작한적이 있을 정도로 북한 수뇌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다만 서 원장이 과거 공식·비공식으로 접촉했던 북한 라인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상당부분 와해돼 새로운 대북라인 구축이 향후 과제로 떠오른다. 주요인물들 가운데 여럿이 사망했거나 영향력이 축소된 것이다.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북한정책의 ‘복심’으로 평가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진영에서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서 선대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사드배치 문제 등 각종 안보 이슈에 적절히 대응해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 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비자금 지원과 댓글공작 혐의로 최근 하루가 멀다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전 국정원장들과도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국정원에 28년 넘게 몸담았지만 공안 전문가라기 보다는 북한 전문가다. 국정원 개혁을 스스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도 크게 다르다.
서 원장은 1954년 12월6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정원에서 정보관리실 실장, 대북전략실장, 제3차장을 지내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막후에서 추진했다.
국정원에서 물러난 뒤 이화여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로 일하고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제정세와 한반도 안보상황을 연구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