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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뉴시스> |
삼성전자가 내년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TV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모바일 운영체제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TV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10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타이젠 TV를 출시하느냐는 질문에 “내년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 사장은 타이젠 TV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의 메인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메인이 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전시장에 직접 와서 지켜 봐 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년 CES 행사에서 어떤 제품을 메인으로 전시할 지 실무진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12년부터 타이젠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인텔과 버라이즌 등 12개 업체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타이젠 연합’에 참가한 상태다.
하지만 타이젠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이 구글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고착된 탓에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타이젠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세 차례나 출시가 미뤄졌는데 이번달 인도시장에서 ‘Z1’이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타이젠의 점유율이 0.34%에 그칠 것이며 2018년에도 3% 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점친다.
반면 TV 운영체제 시장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과 달리 아직 어떤 업체도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아 삼성전자가 뛰어들 경우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호 서울대 교수는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계속 추진하려고 한다면 스마트폰이 아닌 TV와 결합해야 한다”며 “타이젠을 앞세워 독자적 TV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다른 사업영역으로 확대하기 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9월 서울에서 열린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이나 TV뿐 아니라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타이젠 3.0 버전’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의 운영체제로 만들려고 한다”며 “타이젠 TV는 모바일 및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컨트롤 패널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양자점(퀀텀닷, QD) TV 출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사장은 내년 CES에서 양자점TV를 출시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건 아직 얘기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양자점 TV는 전류를 흘리면 스스로 빛을 내는 ‘양자’가 들어간 반도체를 적용한 제품으로 기존 LCD패널에 양자점 기술이 들어간 필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다.
양자점 TV는 차세대 TV로 거론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보다 색 재현율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LCD TV를 대체할 신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양자점 TV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업계는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양자점 TV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