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과 현대라이프생명은 각각 모회사인 산업은행과 현대모비스·현대커머셜·푸본생명의 유상증자 참여로 위기를 모면했고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했다.
하지만 전체 생보사 평균 지급여력비율이 271.%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2021년부터 동시에 시행된다는 점이 하위권 보험사에게는 큰 부담이다.
IFRS17은 ‘부채의 시가 평가’를 중점으로 하는 제도이고 K-ICS는 보험부채의 시가평가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을 바꾸는 제도다.
자본 규제인 K-ICS는 아직 기준서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요구자본 산정 방식이 보수적으로 변경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생명보험사들이 부담을 급작스럽게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새 제도의 적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력이 워낙 약한 하위권 보험사들에게는 이 과정 모두가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IFRS17과 K-ICS를 동시에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 아닐까 싶은 만큼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추가 자본 확충방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산업은행도 KDB생명에 3천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해주면서 추가로 자본을 늘릴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다. K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을 200%로 맞추기 위해 2천억 원가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흥행 가능성을 확신할 수는 없다.
흥국생명과 현대라이프생명도 추가로 자본력을 키워야 하지만 이미 지난해 각각 6100억 원, 1170억 원가량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한 만큼 추가적 자금 조달에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도 요구받지만 지난해 뼈아픈 자구책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 묶은 만큼 더 이상 절감할 비용도 없다는 한숨마저 터져나온다.
KDB생명과 흥국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모두 지난해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감축과 대규모 영업점 축소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
KDB생명은 지난해 초부터 몸집 줄이기를 강행해 170개였던 지점을 90개로 통폐합하고 900명이었던 직원을 700명으로 줄였다. 흥국생명도 전국 지점을 140개에서 80개로 축소했고 22개의 대형플라자를 10곳으로 줄였다. 지점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지점장들 50명이 해고됐다.
현대라이프생명도 지난해 9월부터 네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400명의 직원 가운데 250명이 회사를 떠났다. 현대라이프생명은 모든 개인영업을 접기로 하면서 전국 70여개 영업점들을 모두 없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