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벌크선 회사인 팬오션의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원이 매각가격을 올리면서 인수자금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한발씩 물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현재 16일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팬오션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들 가운데 일부가 본입찰을 앞두고 진행된 실사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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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오현 삼라마디어스그룹 회장 |
팬오션 예비입찰에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대한해운과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그룹,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도이치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5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인수 시너지가 가장 높을 것으로 평가받아온 삼라마이더스그룹의 대한해운은 본입찰에 나서지 않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라마이더스그룹은 최근 인수합병에 잇따라 뛰어들어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라마이더스그룹은 최근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팬오션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데다 올해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있으나 1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이 팬오션의 미래 가능성만 보고 인수를 추진하기에 자금 부담 등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닭고기 업체인 하림그룹도 애초 인수 의지를 적극 내비쳤으나 자금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3분기에 4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적자로 돌아섰다.
하림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기준으로 196억 원 정도다. 1조 원대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림그룹은 특히 지분 40.71%를 보유한 NS홈쇼핑의 상장이 차질을 빚으며 계획대로 본입찰에 나서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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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그룹 내부적으로 현재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 자금의 규모가 1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림그룹은 최근 금융권에서 차입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순조롭지 않다.
국내 업체들이 본입찰을 포기할 경우 팬오션이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팬오션이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벌크선사라는 점에서 향후 국가위기 상황에서 전략물자 수송을 맡을 곳이 없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팬오션의 매각이 애초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게 된 것은 입찰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법원은 지난달 팬오션의 재무구조와 경영상태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인수조건으로 8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누가 팬오션을 인수하더라도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과도한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수전 열기가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사모펀드의 결정에 따라 본입찰의 향방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