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회장은 주택사업에 집중된 호반건설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1조6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다.
대우건설이 중동 발전플랜트부문과 동남아시아의 건축·인프라사업에서 많은 사업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 건설경기의 둔화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매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우건설의 주택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도시재생사업은 우리가 종합건설사가 아니라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직원도 많고 건설업을 잘 알고 또 앞으로 성장해야 하므로 그런 쪽(대우건설의 주택사업)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앞세워 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등 호남을 거점으로 성장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으로 진출하며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2년가량 서울 강남권으로 진출하려는 모습도 꾸준히 보였다. 대형건설사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 상징성을 갖춘 강남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의 인지도와 아파트 브랜드 등에 밀려 호반건설은 좀처럼 사업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으로서는 대우건설을 품에 안고 호반건설의 주택사업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면서 김 회장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김 회장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호반건설의 서울 강남권 진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서울시 강남권에서 몇몇 재건축사업에 도전하며 중견건설사가 내세울 수 있는 최대 강점인 원가 경쟁력을 내세웠다.
호반건설은 건설업계에서도 가격 대비해 성능이 좋은 아파트를 짓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으로 건설업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호반건설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점은 또다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형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강남권 입성을 노릴 수도 있다.
물론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와 비교해 호반건설의 '호반베르디움' 선호도가 낮은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브랜드스탁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월 기준 호반베르디움의 아파트브랜드 순위는 9위에 그쳤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1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가 2위, GS건설의 '자이'가 3위 등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