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이 부회장이 선대와 달리 달리 삼성전자 경영복귀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기며 ‘
이재용 시대 삼성’을 열기 위한 본격적 변화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대부분의 사업에서 위기를 맞으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과 공격적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이 부회장은 구속수감된 지 약 1년만에 풀려났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인위적 경영권 승계작업과 부정청탁, 재산국외도피 등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한 1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이제 시선은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과 시기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의 악화, 스마트폰시장 침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 재벌기업에서 오너일가의 경영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해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현석 CE부문 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공식석상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받고 있는 악영향을 들어 사업에 차질을 받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그동안 약 1년의 공백에 따른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곧바로 경영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한 뒤 곧바로 경영에 복귀하지 않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약 1년 정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삼성특검 사태 뒤 전문경영인에 삼성그룹을 맡기며 당분간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역할을 대체할 경영인이 뚜렷하지 않고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60대 이상 경영진이 대부분 물러나는 세대교체 등으로 삼성전자에 리더십 공백 우려가 큰 만큼 복귀를 미루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내놓을 답변은 아직 없다”며 경영복귀 가능성도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과 5G통신 등 신기술 대응, 전장부품 신사업 확대와 반도체사업 위기돌파 등 중요한 현안도 안고 있어 경영공백이 길어질수록 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경영복귀 직후부터 적극적 행보로 인수합병과 주주환원 강화, 조직문화 개선 등 대대적 변화를 적극 추진하며 삼성전자 경영인으로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위기 돌파는 곧 이 부회장이 경영복귀와 함께 능력을 증명해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로서도 의미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능력으로 인정받아 삼성그룹의 경영인으로 우뚝 서고 싶었다”며 경영능력 증명을 위한 의지를 강조해왔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의 연말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나타나고 있는 ‘
이재용 시대 삼성’을 열기 위한 노력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며 경영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는 변화가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정경유착을 찾을 수 없다”고 명시하며 선대 회장 시절 삼성그룹의 ‘어두운 과거’와 거리를 둘 수 있게 됐다.
이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해 삼성그룹의 새 리더십 구축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새로운 삼성’의 시대를 여는 등의 과제를 풀어가는 일만 남은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 후계자들은 이제 선대 회장의 성공방식을 재현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기술개발과 투자, 해외진출 등 성장을 위한 노력에서 성과를 내며 장기적 사업계획 수립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