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채용비리를 금융감독원의 자존심을 높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비리에 연루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금감원의 검사결과를 부인하고 있어 금감원과 양측의 ‘기 싸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이 금감원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은행 및 금융지주에 강한 압박을 넣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을 놓고 회장 선임절차를 연기하라고 요구했지만 ‘관치금융’ 논란에 한발 물러나면서 체면을 구긴 만큼 금감원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는 카드로 채용비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연일 강력한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데다 채용비리를 향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금융회사에 향한 압박수위를 높일 환경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1월31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 원장의 바람대로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게 되면서 독립적 금융감독업무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만큼 이번 은행권 채용비리를 금감원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은행들의 해명을 겨냥해 “금감원이 진행한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결과는 정확하다”며 이번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도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찰수사를 앞두고선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던 모습과 달리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금감원과 정면충돌도 각오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거취까지 언급하자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연임을 놓고 금감원과 미묘한 갈등양상을 보였는데 이번에 두 금융지주 계열 은행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대거 적발된 점은 공교롭다.
금감원과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부터 벌여온 기 싸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지주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금감원과 금융지주의 갈등양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 원장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9)에 대비해 금융지주에 고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를 확대해달라고 권고했지만 금융지주 대부분은 올해 배당성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판단을 금융회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결과에 따라 금감원과 금융회사 어느 한쪽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