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른 채 하락하자 국내 정유업체들이 초긴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나란히 2.0% 넘게 떨어져 각각 배럴당 64.10달러와 67.9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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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는 올해 4분기와 내년에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2010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27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총회에서 원유 생산목표 유지를 결정하면서 국제유가는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조나단 바라트 아이어스 얼라이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 전쟁이 통제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서부텍사스 원유 가격이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가가 떨어지면 국내 정유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사들인 날로부터 90여일 뒤에 판매하는데 그 사이 원유가격이 폭락하면 정제마진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한 해가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며 “올해 정유업계의 정유부문에서만 1조 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지난 3분기에만 2300억여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부문의 선전으로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기록했으나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4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유업체들은 올해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자 매년 하던 송년회도 자제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GS칼텍스는 매년 연말 임원들이 모여 치러온 간부송년회를 취소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송년회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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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옥중에서 “유가 50달러 시대를 대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국제유가 50달러 시대’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3분기 경영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국제유가가 80달러 이하로 떨어진 뒤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유가는 80달러뿐 아니라 7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석유수출기구가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이 내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