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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주최한 금융인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한앤컴퍼니가 사모펀드 업계의 역사를 새로 쓰며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에 사모투자펀드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게 된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예상인수가는 주식을 놓고 단순히 계산해도 3조5500억 원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최대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앤캠퍼니가 인수할 경우 앞으로도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한앤컴퍼니는 한상원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설립된 지 만 4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하는 것이다.
한 대표의 전략은 한결같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능성을 판단해 기업을 살리고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 큰 손으로 떠오른 한앤컴퍼니
한앤컴퍼니는 올해 연말까지 1조3천억 원 규모의 대형 블라인드펀드 결성도 추진하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는 우선 펀드를 설정하고 좋은 투자대상이 확보되면 투자에 나서는 펀드를 말한다.
업계는 한앤컴퍼니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로 볼 때 무난하게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이미 9천억 원가량의 투자확약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상원 대표는 2010년 한앤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다음해 1월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8천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1호펀드를 혼자 힘으로 조성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한 대표 이전에 이런 성과를 낸 사람은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대표뿐이다.
한 대표는 모건스탠리에 재직하던 시절 쌍용, 전주페이퍼, 현대로템, 중국 산수이시멘트 등에 투자해 많은 투자 성과를 거뒀다. 그가 8천억 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한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장사인 코웰이홀딩스 경영권을 확보하며 국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코웰이홀딩스는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회사다. 그가 인수하기 전인 2010년 매출은 1500억 원대로 중소기업 수준이었다.
한 대표는 코웰이홀딩스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뒤 코스닥 상장사였던 이 회사의 남은 지분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확보해 상장을 폐지했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위해서 였다.
한 대표는 그뒤 소니 출신의 회사 임원을 투입해 추가로 설비를 투자하고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코웰이홀딩스의 매출은 지난해 8천억 원으로 인수되기 전보다 4배 넘게 증가하며 LG전자와 애플의 주요 부품공급업체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4배 정도 늘었다.
코웰이홀딩스는 홍콩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업공개가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최초가 된다.
한앤컴퍼니는 코웰이홀딩스를 시작으로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했다. 특히 구조조정과 관련된 기업이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법정관리 신청을 한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또 법정관리중이던 대한해운,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에너지 등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는 2012년 역시 법정관리중인 대한시멘트와 유진기업의 광양시멘트공장을 인수했고, 쌍용양회의 지분도 사들였다.
한 대표는 “기업 구조조정이 기회”라고 강조한다. 그는 “구조조정 중간단계 기업을 인수해 이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사업부문의 경영효율을 끌어올리면 기업도 살리고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한다.
◆ 한상원의 투자원칙
한 대표는 투자하기 전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여긴다. 한앤컴퍼니 1호펀드의 만기는 10년에다 연장도 가능하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한 대표는 또 잘 아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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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시멘트다. 현재 한앤컴퍼니가 투자한 회사들을 합치면 슬래그시멘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2년에만 3곳의 시멘트업체에 투자했다. 법정관리를 받던 대한시멘트를 인수했고 쌍용양회 지분 9.3%(750만 주)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436억 원에 취득했다. 또 유진기업의 광양 시멘트공장을 855억 원에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슬래그시멘트 원료업체 포스화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매물로 나온 시멘트업계 1, 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명된다.
한앤컴퍼니가 시멘트 업체에 투자하기 시작한 2012년은 시멘트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시멘트업계는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고 경쟁심화로 실적부진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멘트업체에 투자를 계속하는 한앤컴퍼니를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한 대표는 “시멘트 분야에 관심이 많고 시장에 대해 이해와 전망이 있어 시멘트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국내 시멘트 사업체가 전반적으로 저평가 돼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시멘트산업이 현재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정상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표는 모건스탠리 근무 시절에도 중국 시멘트업체에 투자해 4배의 차익을 거둔 경험이 있다.
◆ 한상원이 생각하는 사모펀드의 역할
한 대표는 사모펀드의 역할을 도우미로 규정한다.
그는 사모펀드가 시장에서 저평가된 회사의 제 가치를 찾아 새로운 적정 인수자에 돌려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기 위해 경영 효율을 높일 전문경영인이 운용사 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대표는 한앤컴퍼니와 인수한 기업의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2011년 소니코리아 사장을 지낸 윤여을 회장을 영입했다. 윤여을 회장이 경영을, 한상원 대표가 투자를 맡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경영진 풀(pool)도 갖추고 있다. 윤 회장의 주도 아래 경영진들은 매출신장, 제품개발, 영업 및 마케팅 등을 포함하여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대표는 인수한 기업에 해당분야에 능통한 경영자를 직접 보낸다.
웅진식품 대표도 소니코리아 본부장 등을 역임한 최승우 전무가 자리를 옮겨가 맡았다. 초기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했을 때도 윤 회장과 함께 영입된 소니 출신의 IT전문가들이 제몫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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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
한 대표는 “비용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경영진 풀 운용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내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지만 한앤컴퍼니가 회사를 사서 좋게 키우고 좋은 주인에게 매각해 사모펀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투자 뒤 3~4년 이내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생각보다 회사를 인수해 10년 가까이 투자하려 한다. 회사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 유연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앤컴퍼니의 목표에 대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기업을 살리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반쪽짜리 토종펀드라는 지적도
한앤컴퍼니는 100% 한국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펀드자금 대부분은 해외에서 조달한다. ‘무늬만 토종’, ‘반쪽짜리 토종’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펀드 만기가 10~12년으로 비교적 길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여건과 맞지 않았다”며 “펀드가 좋은 실적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국내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당장 쓰러지지 않지만 성장정체 혹은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그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국내기업 인수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성공확률이 낮다고 본다. 나라마다 각 나라의 토종 사모펀드들이 성장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국내 사모펀드들이 해외에서 거래대상을 찾고 운용해 수익을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미국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어린 시절도 미국에서 보내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 대표는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예일대학교를 거쳐 하버드대학교 MBA과정을 거쳤다. 그뒤 모건스탠리PE 한국대표와 아시아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냈다.
한 대표는 평소 정장 차림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