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기자 khpark@businesspost.co.kr2018-01-16 19: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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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과 현대그룹이 옛 현대로지스틱스(롯데글로벌로지스)의 매각 과정을 놓고 맞서고 있다.
현대상선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의 현대상선 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전 현대상선 대표, 전 현대그룹 임원 등 5명을 고소한 사실을 놓고 “악성 계약으로 입은 회사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며 “경영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상선은 2014년 옛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과정에서 인수특수목적법인에 후순위투자와 옛 현대로지스틱스의 영업이익 보장 등 부당한 계약체결을 발견해 현 회장과 전 현대상선 대표, 현대그룹 임원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 전무는 이날 “현대상선이 2014년 옛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계약을 체결한 점을 발견했다”며 “계약서 분량이 수백 장, 계약 건수가 15개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고 문제가 많은 계약”이라고 말했다.
장 전무는 “후순위 투자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법무법인과 논의한 뒤 후순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정도의 거래를 했다고 판단해 현 회장 등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옛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할 때 현대상선의 이사회 의결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 전무는 피고소인들을 현 회장 등으로 특정한 점을 놓고 “누구 지시를 받고 어떻게 계약이 체결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 당시 경영층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고소했다”고 말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2013년 현대상선 대표이사로 일했지만 2014년 3월 퇴임했으며 이에 따라 이석동 전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이백훈 전 현대상선 대표이사의 경우 2014년 9월 현대상선 대표이사에 선임돼 이석동 전 대표와 각자대표체제를 이뤘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 회장과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임원들은 2013년과 2014년 현대상선 경영판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장 전무는 기자들이 현 회장 등 경영진 배임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느냐고 묻자 “회사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독점적 계약을 해준 구조가 있었는데 단순한 계산착오 수준이 아니었다”며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상선은 옛 현대로지스틱스와 체결한 계약으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대그룹은 확정 이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옛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해마다 옛 현대로지스틱스 영업이익 162억 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불리한 조건이 달렸다”며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해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데다 계약기간도 5년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 전무는 현대상선 피해 규모를 놓고 “아직 정확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옛 현대로지스틱스에 진행한 후순위투자로 회복 불가능해진 금액이 손해액으로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당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했다”며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옛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세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피고소인들이 개별적으로 법적 검토를 한 뒤 적절히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