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정부의 해운업 본격 지원에 힘입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세계 해운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선복을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새로 건조하기 위한 발주를 위해 준비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대형선 신조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다방면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마침내 잡은 기회를 통해 재도약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 본사에서 열린 2018년 영업전략회의에서 2만2천 TEU급 신조 추진설과 관련해 “국민적 여망에 발맞춰 대형선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이 앞으로 2만2천 TEU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3천 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할 것이라는 말이 해운업계에 나돈다. 유럽 노선과 미주동안 노선을 운영하는 데 각각 선박 14척과 8척이 필요한 만큼 발주규모가 22척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계약금 등 초기 비용을 지불해 신조 발주를 진행할 것”이라며 “정확한 신조 발주 규모나 시기 등은 아직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진행해 6천억 원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2천억 원을 선박 확보에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상선이 새 선박 발주를 준비하는 것은 정부에서 올해 해운업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4일 세종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7월까지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올해를 해양산업 부활의 원년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법안은 지난해 1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기존 한국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까지 흡수해 항만 등 물류시설 투자 참여나 선박 매입 등에 보증 제공, 중고선박 매입과 재용선 등 금융 지원과 해운거래 지원 등 정책 지원을 해운사들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국적 원양선사가 현대상선과 SM상선 밖에 없는 데다 SM상선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현대상선이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으로 국적 선사들 가운데 가장 크게 볼 것이라고 해운업계는 바라본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정부 지원을 통해 선복 확대에 나설 물적 토대를 확보하더라도 세계 해운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준까지 선복을 끌어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현대상선이 세계 해운동맹인 2M에 소속한 선사들의 평균 수준을 유지하려면 256만4130TEU를 추가로 확보해야 해 215억200만 달러(22조8889억 원가량)가 필요할 것으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바라봤다.
다른 해운동맹인 오션의 경우 평균 수준에 이르려면 85만7093TEU를 추가 확보해야 하는 만큼 71억8600만 달러(7조6495억 원가량)가 들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자본금 5조 원 전부를 신조 발주에 활용해도 국적 선사들 선복을 적정치의 최소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현대상선만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 데다 선박 발주뿐 아니라 터미널 투자 등도 진행하는 만큼 현대상선의 신조 발주를 위해 투입되는 자금은 5조 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운동맹에 가입하는 등 세계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필요한 선복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