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1-12 15: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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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방산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방산기업 노동조합들은 단체행동권 등이 제한돼 왔다.
▲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방산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현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 의원은 지난해 말에 노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의당 의원 전원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고 서형수,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윤종오 민중당 의원도 함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노조법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가운데 전력과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행 노조법 규정은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쟁의행위를 무력화하며 부당노동행위에 악용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주요 방산기업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에 근본적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현행법 조항을 일정한 조건과 합리적 기준 아래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방산기업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노조법 제41조 ‘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제2항과 이를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조항 제88조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이들은 쟁의행위가 방위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주요방산기업에 관한 것으로서 방산물자의 조달을 현저히 위태롭게 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이 존재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긴급조정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관련 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도 함께 회부됐다.
향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전문위원들의 검토와 토론회 등을 거쳐 안건을 처리해야 하고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도 넘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법 개정까지 가야할 길은 멀다.
하지만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산기업 노동자들의 처우가 예전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내 방산기업들이 매출의 일정 수준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 개정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군에 물자를 공급하는데 편중됐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고 있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화테크윈의 복수노조 가운데 하나인 전국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관계자는 “방산기업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불리한 처지에 반발하며 쟁의행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족쇄가 풀리는 것”이라며 “법이 개정되면 노동자 권리를 향상하기 위해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방산기업 노동자들은 현행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방침이나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 등에 반발할 때 잔업 거부와 집단적 연차휴가 사용 등 준법투쟁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조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회사의 정상적 업무를 저해한다면 이는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사실상 법 테두리 안에서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일부 회사가 노조법의 허점을 이용해 노조활동을 제약했던 잘못된 관행도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일부 방산기업들은 민수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에 반발할 조짐을 보일 경우 선제적으로 특정 노조원들을 뽑아 방산부문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노조법이 개정되면 방산부문과 민수부문 어느 쪽에서 일하더라도 단체행동권을 지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