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1-10 15: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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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 소비를 늘려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비트코인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으로 6400억 원의 국내총생산이 늘었을 것”이라며 “특히 2017년 연말로 갈수록 비트코인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트코인 모형 주화.
이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주목했다. 자산효과란 현금이나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보유자산의 실질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총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2017년 2분기에 약 4조 원 규모에서 2017년 4분기에 약 20조 원 규모로 늘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두 분기 만에 약 16조 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늘어난 규모에 한계소비성향을 적용해 비트코인 시세 상승이 국내총생산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추정했다.
한계소비성향은 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 소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한계소비성향 0.01은 소득 등이 100만 원 늘어나면 소비가 1만 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금융자산과 관계된 가계의 한계소비성향은 0.04로 추정된다”며 “비트코인의 자산가치 증가량 16조 원에 한계소비성향 0.04를 곱해 비트코인의 자산효과를 6400억 원으로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주된 연령층이 20~30대라는 점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강화하는 요소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교육비를 제외한 연령별 평균 한계소비성향은 20대가 가장 높다”며 “소득이 낮을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20~30대의 소비 증가가 최근 국내 소비지표 호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인원은 증권에 투자하는 인원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지만 투자 연령대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비트코인 앱 사용자는 180만 명, 증권 앱 이용자는 460~480만 명 규모다. 이용 연령대를 살펴보면 10~30대의 이용 비중이 비트코인 앱의 경우 63%, 증권 앱의 경우 35%다.
이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결국 국내의 소비를 늘리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도 미국, 일본과 같이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하나의 거래 자산으로서 인정받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