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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의 삼성 윤곽 드러나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1-26 21: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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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체제의 삼성 윤곽 드러나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긴 것은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을 넘겨받기 전에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대의 복잡한 사업영역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비핵심사업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전자와 금융, 건설 및 중공업, 서비스 등 4대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이재용이 그리는 삼성의 모습은?

삼성이 방산과 화학부문을 털어내면서 ‘이재용의 삼성’을 만드는 작업도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흡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숨 가쁜 사업재편 작업을 벌여 왔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했고 소재산업만 남은 제일모직은 삼성SDI와 합병하면서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전자계열사의 가지치기 작업이 이뤄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됐던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에 팔았다.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와 삼성화재 등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했다. 삼성전기 등 비금융계열사들은 반대로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한 뒤 이번에 한화로 매각됐다.

삼성은 전자와 금융 건설 및 중공업, 서비스로 사업부문을 단순화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비주력사업과 출자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은 모든 부문에서 1등을 목표로 하며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웠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가 늘어났고 순환출자 구조라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져 승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사업재편을 살펴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한 사업에 집중하면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을 정점에 두고 그 아래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두는 식으로 지배구조가 정리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 윤곽 드러나다  
▲ 왼쪽부터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의 남은 과제, 건설과 중공업부문 정리


삼성은 이번 방산과 화학계열사 매각으로 사업의 큰 줄기 하나를 정리했지만 건설과 중공업부문에 대한 재편작업이 숙제로 남아 있다.

재계는 당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시작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설과 중공업부문의 사업을 단순화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의 건설부문은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등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19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자 결국 합병이 무산됐다. 이재용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설과 중공업부문의 재편만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이 향후 합병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이미 한 번 시장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만큼 기존 방식대로 무리하게 합병을 진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에 따라 삼성 오너 일가의 3세 승계 구도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이 사실상 석유화학 부문을 정리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남매 중 누가 삼성의 화학부문을 물려받을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보유하던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이번에 함께 한화그룹에 매각해 9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물려받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과 유통, 레저, 서비스 부문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게 됐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패션과 광고, 미디어사업을 전담할 것으로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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