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자율주행차용 전장부품과 증강현실기기 등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제품에도 LG이노텍의 부품을 대거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과 3D센서 등 핵심부품에서 애플에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생산투자를 공격적으로 벌이는 등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 팀 쿡 애플 CEO(왼쪽)와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
9일 외신을 종합하면 아이폰 등 애플의 주력상품에서 LG이노텍의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에 실적의 대부분을 의존해왔는데 신제품인 ‘아이폰X’부터 공급하는 부품 종류를 경연성기판과 칩온필름, 3D센서 등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3D센서의 경우 아이폰X 이후 모델과 아이패드, 맥북 등 다른 제품의 차기 제품까지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이 내년 말까지 모두 8737억 원을 들여 카메라모듈과 신규부품의 공장증설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애플의 부품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부품업체에 필요한 물량을 미리 알린 뒤 공급사가 이에 맞춰 생산투자계획을 마련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투자규모를 볼 때 LG이노텍의 3D센서와 카메라 탑재가 애플의 기존 제품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사업분야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아이폰X용 3D센서 공급에 대비해 약 1778억 원의 생산투자를 벌였다. 이번 투자는 카메라모듈과 3D센서를 합쳐 기존 투자규모의 약 5배에 이른다.
애플의 기존 주력제품 대부분에 3D센서가 탑재될 가능성을 고려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애플이 주요 신사업으로 점찍고 있는 자율주행차용 전장부품과 증강현실기기의 출시시기가 임박해 LG이노텍이 이에 맞춰 부품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관련시장 진출을 준비해오다 최근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등 핵심기능만을 갖춘 솔루션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목표를 두고 사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가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애플이 LG이노텍의 부품기술력을 신뢰하는 만큼 전장부품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는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8에서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율주행차용 카메라모듈과 센서 등으로 구성된 통합솔루션을 공개했다.
애플도 비슷한 방향으로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부품 등 하드웨어 기술력에 약점을 안고 있어 LG이노텍과 같은 외부업체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새 먹거리로 전장부품뿐 아니라 증강현실 헤드셋을 꼽고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아이폰X 등 신제품에서 선보인 증강현실기술을 더욱 발전해 다양한 콘텐츠와 기업대상(B2B)사업 등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카메라와 3D센서는 증강현실기술 구현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LG이노텍의 부품 기술력이 애플의 주요 신사업분야 진출계획에 모두 큰 추진동력으로 자리잡게 되는 셈이다.
애플은 증강현실 헤드셋을 이르면 2019년, 상용화 수준의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2020년 전후로 출시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이 신규 시설투자를 2019년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들어맞는다.
애플은 LG이노텍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 계열사에 직접 생산투자 지원계획을 논의하는 등 협력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신사업분야에서 LG그룹 계열사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