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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관료 시절 강단으로 가스공사 경영 정상화 이뤄낼까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18-01-08 17: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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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취임했다.

정 사장은 노조와 갈등을 해결하고 가스공사의 기존 해외사업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신규 해외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8일 정승일 사장이 제16대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고 밝혔다.
 
정승일, 관료 시절 강단으로 가스공사 경영 정상화 이뤄낼까
▲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28일 열린 한국가스공사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됐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8일 사장에 올랐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 말 이승훈 전 사장의 자진사퇴 이후 거의 반 년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정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1년 1월7일 끝난다.

정 사장은 1965년생으로 경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진출해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팀장, 에너지산업정책관, FTA(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등을 역임했고 2016년 11월 에너지자원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정 사장을 가스공사 수장에 앉힌 데는 부실한 해외 자원외교로 재무상황이 악화한 가스공사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스공사는 2007년 8조7천억 원의 부채를 보유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한 해 동안 부채가 2배 넘게 늘었고 2014년에는 37조 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부채감소 노력으로 2017년 상반기 부채를 29조3천억 원까지 줄였지만 여전히 300%대의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호주GLNG프로젝트, 사이프러스 해상광구개발사업, 이라크 아카스가스사업 등에서 매년 대규모 손상차손을 보고 있어 해외사업의 추가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스공사는 2016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176억 원을 냈지만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하며 6700억 원대의 순손실을 냈고 2017년에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가스산업팀장을 역임한 뒤 2012년과 2013년 에너지산업정책관을 맡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설계하는 등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산업 전반의 이해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FTA정책관을 맡아 중미FTA, 유럽연합(EU)FTA 등에서 한국측 수석대표로 협상에 임했고 2016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요직인 무역투자실장으로 국내 무역실무를 총괄하는 등 해외사업 경험도 풍부하다.

가스공사는 기존 해외자원사업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에 따라 러시아 가스관사업 등 새로운 해외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정 사장의 관료시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 사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강단있게 산업통상자원부를 그만 둔 점도 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기나 몇몇 선배들보다 승진이 빨라 이른바 ‘잘 나가는 관료’로 꼽혔다. 하지만 2016년 10월 에너지자원실장에 발탁된 뒤 한 달만에 사표를 내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주형환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16년 여름 주택용 전기요금폭탄 논란을 겪은 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정 사장을 에너지자원실장에 앉혔는데 정 사장은 누진구간 개편과정 등에서 주 전 장관과 이견을 빚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일, 관료 시절 강단으로 가스공사 경영 정상화 이뤄낼까
▲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15년 9월21일 산업통상자원부 FTA정책관 시절 서울 동대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중미FTA 제1차 협상’에 한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 사장이 박근혜 정권 인사와 갈등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만큼 문재인 정부가 가스공사 사장으로 중용하기에 부담이 적을 수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노조와 갈등 해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 사장은 8일 출근을 막는 노조에 가로 막혀 취임식을 열지 못한 채 대구 가스공사 본사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정 사장은 근처 모처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며 “정 사장의 취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노조는 사장 선임 과정에 특혜의혹이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시절 천연가스사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며 정 사장의 취임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가스산업 민영화의 주요정책을 추진하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출신을 가스공사 사장에 선임했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공공성 정책 포기선언으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정 사장은 무리하게 취임식을 강행하기보다 노조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은 뒤 취임식을 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관료 시절 경험을 적극 살릴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005년 방사성폐기물 과장 시절 경주 방폐장건립 문제, 2013년 에너지산업국장 시절 밀양송전탑 건설문제 등 사회적 갈등이 심했던 굵직한 사안들을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사장은 가스공사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좋은 에너지, 더 좋은 세상’이라는 가스공사의 기념이념을 앞으로도 지켜나가며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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