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1-08 1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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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검색어 노출을 다수 없앤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8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당사자 요청 또는 자체 판단에 따라 2016년 10∼11월에 1만5584건의 연관 검색어와 2만3217건의 자동완성 검색어를 삭제했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KISO는 2009년 인터넷사업자들이 업계 이슈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로 네이버는 검색어 조작 논란이 벌어진 2012년 이후 이 단체에 검증을 맡겨왔다.
KISO 검증위는 이번 보고서에서 네이버가 2016년 10∼11월 삭제한 연관 검색어와 자동완성검색어에 국정농단 사건 관련 키워드가 상당수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관 검색어와 자동완성 검색어는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많이 찾는 검색어 등을 노출해주는 서비스다.
KISO 검증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박근혜 7시간 시술’ 등의 검색어를 ‘루머성 검색어’로 보고 자체 판단에 따라 삭제했다. 삭제 사유는 ‘기타’로 분류했다.
KISO 검증위는 “이들 검색어는 명백히 루머성 검색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삭제가 타당하다고 해도 ‘기타’가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분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또한 최순실 일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된 연예인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자 이를 ‘연예인 루머성 키워드’로 분류해 삭제했다.
KISO 검증위는 이와 관련해서도 “적절한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와 금메달을 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동선 씨를 검색했을 때 ‘정유라 마장마술’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도록 조치했다.
KISO 검증위는 이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 인물인 정유라 등의 행적에 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조사도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검색어를 삭제한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세월호 공양설’ 등의 검색어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삭제했다.
KISO 검증위는 “정부 정책이나 국가적 대형사건에서 국민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소문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으므로 쉽게 배척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KISO 검증위는 총평을 통해 “네이버가 검색어 삭제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올바른 처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네이버가 쟁점이 되는 검색어에 대해 과거보다 조금 더 쉽게 삭제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검증위원들의 전반적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검색어 삭제에 관해 KISO의 정책 규정과 공개된 운영 정책에 따라 신중하게 조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KISO정책위원회 및 검색어 검증위원회의 심의 결정 및 검증/제안을 바탕으로 합리적 기준과 투명한 운영을 마련해 신뢰받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