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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왼쪽)과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의 한계를 넘어 국내 항공사 빅3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제주항공이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수송인원과 보유 항공기 수, 노선과 시장점유율, 직원 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다.
제주항공은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도전한다. 20일 제주항공의 대표주간사로 우리투자증권이 선정됐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는 첫 기업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여기서 만족할 기세가 아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도 최근 간부회의에서 “제주항공을 제1의 저비용항공사(LCC)로 생각하지 말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 빅3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주항공, 2018년 매출 1조 원 달성 목표
제주항공의 매출은 설립 이듬해인 2006년 117억 원에서 지난해 4323억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매출목표는 5100억 원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3분기에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제주항공의 외형도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임직원 수는 지난 9월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1천 명을 돌파했다. 2005년 임직원 37명으로 시작한 제주항공이 약 9년8개월 만에 임직원 수 1천 명을 넘어선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누적 탑승객 2천만 명을 돌파했다. 2006년 6월 첫 취항한 지 8년, 2012년 5월 누적탑승객 1천만 명을 돌파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제주항공을 이끌고 있는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은 2018년 제주항공의 매출을 1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금의 속도로 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안 부회장은 앞으로도 공격경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초 항공기 한 대를 더 들여온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모두 17대로 늘어난다.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항공기를 13대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노선 확장에 박차를 가하며 중장거리노선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괌과 사이판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인천~오카나와 노선과 인천~하노이 노선을 다음달부터 신규취항한다. 또 내년 1월부터 부산~괌 노선에도 새로 취항한다. 괌은 현재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만 취항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신규 취항하기 시작한 인천~사이판 노선은 10월 한 달 동안 1만1300여 석의 좌석을 공급해 9천여 명이 탑승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월평균 탑승률 79.6%, 연말까지 예약률은 75% 정도다. 이 노선 역시 이전까지 아시아나항공이 단독 취항하던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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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의 인천~사이판 신규 취항 기념식이 9월28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리고 있다, |
◆ 항공업계 빅3 될 수 있을까
대한항공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5조7235억 원이다. 안용찬 부회장이 공언한 대로 1조 원을 달성한다 해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번 3분기 제주항공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원인 가운데 하나도 생산요소 투입을 늘릴 때 오히려 단위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가 일정부분 실현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은 이미 국내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제주항공의 제주기점 국내선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포인트 늘어난 16.5%를 기록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해보다 3.0%포인트 감소한 23.2%를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은 0.2%포인트 증가한 20.9%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의 격차는 4.4%포인트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988년 설립된 후 1995년까지 보유 항공기가 20여 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 2대를 포함해 8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24개 국가 73개 도시, 93개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내년 상장도 추진한다. 아시아나항공과 격차를 좁히고 후발 저비용항공사들보다 한 발 더 치고 나가기 위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계열의 저비용항공사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의 합작으로 2005년 설립됐다. 제주항공은 설립 뒤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항공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던 탓에 사업초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사 1위에 올린 주역은 채형석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부회장이다.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은 재계의 대표적 처남-매제 경영인이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이고 안 부회장은 장 회장의 딸이자 채 부회장의 여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다.
두 사람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제주항공을 1위 저비용항공사로 만들어 냈다.
채 부회장은 2005년 1월 제주항공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7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에 투자한 금액은 950억 원에 이른다.
안 부회장은 사업초기 제주항공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채 부회장의 지원을 받으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안 부회장은 2012년 2월 제주항공의 경영총괄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그해에만 4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