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에서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을 열어둔 채 국내외 기업에 매각할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놓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K네트웍스 등 다른 기업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거나 사전회생계획제도에 돌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방안을 한꺼번에 검토하다보니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어 결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최근 금호타이어 채무 1조9천억 원 만기를 애초 28일에서 2018년 1월28일로 연장했다. 채권단이 연장된 채권행사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금호 타이어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한 달가량의 유예기간에 금호타이어의 매각 가능성을 다시 검토할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채권단이 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갈 경우 산업은행 6천억 원, 우리은행 4천억 원 등 1조 원이 넘는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만큼 자율협약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 재무실사 결과 말고도 산업적 측면을 반영하기로 한 점도 채권단이 매각을 재검토할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더블스타뿐 아니라 SK그룹까지 금호타이어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어 매각을 재추진할 수 있는 환경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무산된 뒤에도 금호타이어 현금흐름이나 일정 등을 산업은행에 묻는 등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그룹은 최근 산업은행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며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SK그룹에서 내건 채무연장이나 추가자금 투입 등 부가조건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SK그룹이 부가조건을 수정할 경우 산업은행이 SK그룹에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이른 시간 안에 다시 매각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금호타이어는 중국공장의 경영악화 등으로 올해 1~3분기 영업적자 509억 원을 냈다.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승소해 충당금 가운데 110억 원을 3분기 영업이익에 반영했지만 지난해 1~3분기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 중순 9240원을 보였던 데서 이날 452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중국공장 부실까지 포함하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법정관리의 한 종류인 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가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금호타이어는 자체 비용절감안을 내놓고 노조 동의를 얻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놓고 노사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에서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자구안에 노사합의가 없다면 사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자체 비용절감안에 인력 구조조정도 포함된 만큼 회사가 마련한 자체 비용절감안에 반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