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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의 모범사례 만들기 부담 커져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17-12-24 08: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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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5월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올해 안에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7년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안에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전환을 놓고 상징성을 지닌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범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해 넘길 듯

24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정일영 사장은 5월 문 대통령 앞에서 올해 안에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달리 아직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9140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일영</a>,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의 모범사례 만들기 부담 커져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노사전협의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며 “연내에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8월 정규직 전환을 다루기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 전문가로 노사전협의회를 구성했다. 노사전협의회는 그동안 수차례 만나 정규직 전환의 규모와 방식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생명안전업무를 나누는 기준부터 노사의 기준이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생명안전과 관련 있는 업무의 경우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노사는 생명안전업무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생명안전업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고려대학교노동문제연구소(K-K)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중간발표에 따르면 능률협회컨설팅은 생명안전분야를 좁게 해석해 전체 전환대상 9838여명 가운데 10%로 되지 않는 854명을 인천공항공사의 직접 고용대상으로 선정했고 나머지는 8984명(91%)는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고려대학교노동문제연구소는 생명안전분야와 관련한 해석을 달리해 비정규직 전원을 인천공항공사가 직접고용하는 방안과 업무별로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고용에 차등을 두는 3가지 방안 등 모두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애초 정 사장의 약속대로 9800여명 전원의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지만 현재는 한발 물러서 보안방재업무 등 일부 인력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화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전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정규직 전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안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극적으로 노사가 전환방식과 규모에 합의를 이뤄낸다 해도 세부적 사안들을 협의하고 실질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행정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규직 전환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정 사장의 약속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정일영, 비정규직 전환 모범사례 만들어낼까

정 사장은 공공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면서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정책의 상징성을 지니게 됐다.

상징성에 걸맞게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적극적으로 노조를 만나고 노사전협의회를 꾸리는 등 의욕적 모습을 보였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9140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일영</a>,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의 모범사례 만들기 부담 커져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과 박대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이 5월26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공항공사는 상징성과 달리 14일 기획재정부와 일자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우수 일자리 공공기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전체 기간제 노동자의 91%인 1261명의 연내 정규직 전환을 확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창을 받았다.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우수사례로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토지주택공사 사례가 공유됐다.

정 사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기조에 무리하게 발맞추고 있다는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동안은 점진적으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하더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까 곧바로 연내 1만 명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느냐”고 지적했고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내에 1만 명을 전환하겠다고 해 스스로 무리수를 띄운 것은 코드를 바꿔가면서 정권에 아부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사장이 약속을 지키기 힘들어졌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큰 상징성을 지닌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범적 방안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과정으로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천공항공사는 정 사장이 대통령 앞에서 직접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상징성을 지닌다”며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800여개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의 방향을 정하려고 인천공항공사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선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인천공항공사는 노동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 수익구조, 명분 등 비정규직의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인천공항공사가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다른 공공기관들은 더 악화된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최근 8년 연속 신입사원 연봉이 가장 높은 기관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2413억 원, 영업이익 1조3081억 원, 순이익 9650억 원을 올렸다.

명등룡 정의당 노동담당 정책위원은 “정규직 전환은 아직 법제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협의만으로는 추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서울시 등 과거사례를 볼 때 기관장의 의지가 있다면 생각 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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