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2-20 15: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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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지주 이사회가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혐의’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공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할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박 회장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공론화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10월20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2차 소환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이사회는 19일 회의를 열었지만 박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다음 이사회는 26일 열린다.
DGB금융측은 박 회장을 향한 경찰수사가 5개월여 동안 장기화되고 있었던 만큼 불구속 입건 수준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점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찰이 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사회 차원에서 박 회장의 거취를 논의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9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박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대구은행 과장급 이상 간부 17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 회장 등은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DGB금융 이사회는 박 회장의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에서도 박 회장의 거취와 DGB금융의 경영공백 가능성을 염두에 둔 논의를 미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참여연대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연일 박 회장의 자진사퇴와 함께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등 대구지역의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는 19일 논평을 통해 “박 회장이 끝내 사퇴하지 않는다면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박 회장을 해임해야 한다”며 “대구시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검찰과 박 회장, 대구은행 이사회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의 회장 승계과정을 놓고 연일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는 점도 DGB금융 이사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 나름대로 지배구조 승계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BNK금융지주의 경우 경영진 부재상황이 닥쳤을 때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DGB금융 이사회가 박 회장의 부재가 현실로 됐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욱 커진 셈이다.
박 회장이 아직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일단 박 회장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구체적 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대행체제를 꾸려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박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이 높아 박 회장의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 DGB금융 이사회가 박 회장의 거취를 공론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DGB금융 이사회는 박 회장과 노성석 사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졌는데 사외이사 5명 모두 박 회장이 취임한 뒤 선임된 인사들이다.
‘주가시세 조종’ 혐의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4월 구속된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승계절차 논의를 시작했던 BNK금융 이사회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회장 역시 성 전 회장과 똑같이 DGB금융지주 회장과 이사회 의장, 대구은행 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고 있어 박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된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 이사회가 머뭇거릴 경우 최고경영자(CEO) 공백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BNK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박 회장의 거취 논란이 지속될수록 DGB금융그룹 전체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