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을 심의하는 중국 규제당국이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도시바 반도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집단들이 SK하이닉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서 완주하더라도 실질적 협력효과를 볼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인캐피털과 애플, SK하이닉스 등 컨소시엄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심의하는 중국 상무부는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상위 반도체기업인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협력하게 될 경우 경쟁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은 SK하이닉스가 향후 도시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계약조건을 지적하고 있다”며 “도시바가 대응책을 내놓아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반도체사업을 약 21조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를 받고 있다. 이미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9월 시작하기로 예정됐던 독점금지규제 심사를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도시바가 목표로 한 내년 3월까지 매각절차를 마무리하기 이미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 상무부가 도시바의 반도체 매각을 승인하기 앞서 SK하이닉스의 인수 뒤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직접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가 계약조건에 포함된 도시바 반도체 지분 15% 확보를 포기하거나 인수전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등 강도높은 변화를 중국 측에서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바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최대한 빨리 반도체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가 계속 문제가 되는 상황을 우려해 이런 요구에 적극 화답할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는 이전부터 계속 도시바의 매각절차 진행에 걸림돌이 돼왔다. 도시바의 반도체 협력사인 웨스턴디지털도 이를 문제삼아 법정 공방을 벌이며 오랫동안 매각을 방해해왔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기술협력 또는 생산시설 공유 등 구체적 협업에 나설 계획이 결코 없다고 못을 박으며 웨스턴디지털을 설득한 끝에 갈등을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와 인수계약을 맺을 당시 반도체기술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하며 최대한 입장을 양보했다.
하지만 중국 규제당국의 반대라는 새 변수가 나타나며 베인캐피털과 애플 등 다른 인수 참여자들도 SK하이닉스에 더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절차가 지연될수록 기술개발과 생산투자도 미뤄질 수밖에 없어 사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과 인수를 놓고 논의할 당시 SK하이닉스의 목적은 도시바 반도체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지분확보 등의 권리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도체사업에서 장기적 협력효과를 노리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만큼 인수 참여효과에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4조 원의 거금을 들여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했다. 적절한 투자전략이 사업경쟁력 확보에 특히 중요한 반도체사업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갈수록 소외되는 입장에 놓이며 SK하이닉스가 결국 손을 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한국이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를 승인받는 데 변수”라며 “중국 규제당국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