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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석 YG 대표이사 <뉴시스> |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YG) 사장이 자금 확보에 나섰다. 500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하고 이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3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자금확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경쟁심이 발동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 사장은 지난달 28일 주식시장 마감 이후 45만주(5.8%)의 자사주를 팔았다. 정규 시간이 끝난 뒤 주식을 매매하는 시간외 매매 방식을 택했다. 양 사장의 동생인 양민석(42) 공동대표도 16만주(1.84%)를 매각했다. 양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36.79%에서 29.99%로 떨어졌다. 양 대표도 5.42%로 내려갔다. 지난 2011년 YG가 상장한 이후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매각한 주식의 처분단가는 1주당 평균 5만6357원이었다. 양 사장은 253억6천만 원, 양 대표는 9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YG는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위한 현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YG는 지난달 14일 51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가액은 4만4600원이다. 또 신주 346만5604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도 결정했다. 유·무상증자 후 YG가 발행한 주식은 1040만 주에서 1502만 주로 44.4% 증가한다.
양 사장은 본사 사옥과 훈련센터 건립, 3D 홀로그램 사업을 벌이는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연기 매니지먼트 사업 확장 등을 증자 이유로 들었다. 시설자금 342억 원과 자회사 투자 50억 원, 기타자금 140억 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설자금 가운데 300억 원은 연예인들의 지속적 교육을 위한 사옥과 훈련센터를 신축하는 데 쓴다.
또 3D홀로그램 콘텐츠를 투자배급하는 자회사인 넥스트인터랙티브케이에도 50억 원을 증자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내 스튜디오와 공연장 마련에도 100억 원을 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D 홀로그램이나 연기 매니지먼트 등 신규 사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 평가했다.
양 사장은 1996년 YG를 세운 뒤 빅뱅 투애니원 등의 ‘히트 가수’를 앞세워 국내 3대 기획사로 키웠다. 특정 가수와 지역에 지나치게 이익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YG의 불안요소로 꼽혔다. 이런 편중된 수익구조는 계속 걸림돌로 작용했다. 2010년 첫 코스닥 상장 시도 때 ‘매출구조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상장예비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당시 업계는 YG가 로열티나 상품 매출 등의 안정적 수익구조 대신 출연료 등 일회성 매출비중이 높은 것이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 기업공개(IPO) 후에도 이런 지적은 계속됐다. 양 사장은 당시 “공모를 받은 자금으로 신인과 연습생 투자 및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고 자사 콘텐츠를 활용할 새 플랫폼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 양 사장은 싸이와 에픽하이 등 유명 가수를 영입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이하이, 강승윤, 악동뮤지션 등 새 인재를 받아들였다. 또 일본 연예 매니지먼트 기업 에이벡스와 합작한 레이블 ‘와이젝스’로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가수보다는 연기자가 생명력이 긴 점을 고려해 연기 매니지먼트도 확대해 2011년 유인나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차승원 최지우 임예진 장현성 정혜영 등 유명 배우를 끌어들였다.
양 사장은 지난해 5월 3D홀로그램 사업에 진출해 에버랜드에 전용관을 만드는 등 사업 다각화의 폭을 넓혔다. 그해 8월 애니메이션 업체 레드로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화장품 업체 코스온 및 중국 환야그룹과 협력해 9월 홍콩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양 사장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YG의 수익 편중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YG의 총 누적매출액 900억7800만 원 가운데 빅뱅 투애니원 싸이 등 상위 5대 가수가 올린 매출이 전체의 8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수익을 확대하는 데 투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 사장의 이번 주식매각과 증자가 이수만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경쟁심이 깔려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증자 예정 자금 500억 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300억 원을 연예인들의 지속적 교육을 위한 사옥 및 훈련센터를 신축하는 시설투자에 쓰는 것이 이런 시각을 낳게 하는 배경이다. 양 사장은 합정동 사옥 부근과 홍익대 부근의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콘텐츠 확보를 통한 경쟁력을 갖추기보다 경쟁심 때문에 외형에 더 신경을 쓴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