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이 사업부체제를 도입해 사장급 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면서 박 사장의 역할도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7일 조직개편을 통해 ‘이동통신’과 ‘미디어’, ‘사물인터넷·데이터’, ‘서비스플랫폼’ 등 4대 사업부체계를 도입했는데 사장급 인사들이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이동통신사업부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는데 이번에 부활하면서 서성원 사장이 사업부장을 이끌게 됐다. 미디어부문은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이 맡는다. 2명의 사장이 각 사업부를 맡게 된 것은 SK텔레콤에서도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는 박정호 사장이 신사업에 집중하도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미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은 이동통신과 미디어분야는 다른 사장급 인사에게 맡기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글로벌 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확산’ 전략을 내걸었지만 그동안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 등 그룹 문제로 SK텔레콤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도시바 인수협상을 마친 만큼 SK텔레콤의 신사업 키우기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이 이번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서 ICT위원장으로 이동한 것도 박 사장이 스스로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차원의 업무를 줄이고 정보통신기술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SK텔레콤은 체질개선을 통해 무선사업 비중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매출에서 무선사업 비중이 90%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은데 이동통신 가입자는 이미 포화상태여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통신비 인하정책까지 추진하고 있어 무선사업에서 수익을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이 이통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SK텔레콤은 아직 이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장(왼쪽)과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겸 SK텔레콤 미디어사업부장.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는 KT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가지니’보다 먼저 개발되기는 했지만 성능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는 먼저 사업을 시작한 LG유플러스에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무선사업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선사업의 경쟁력을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박 사장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CEO 직속으로 ‘테크인사이트’를 신설해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과 신사업 전략을 직접 챙기려는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은 오랫동안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에서 일했고 지주사 SK를 이끌며 신사업 전문가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이 취임 2년째를 맞는 내년에는 구체적 신사업 투자계획 등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이 지난해 SK텔레콤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SK 사장으로 있을 때 인공지능, 스마트물류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며 “내년은 박 사장이 그룹문제에서 벗어나 SK텔레콤에서 신사업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