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공격적으로 지출했던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를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국 관계자는 8일 “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사업비 운영 실태와 관련해 내년 본격적 검사가 예정돼 있는데 11일부터 20일까지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NH손해보험, AIG손해보험을 대상으로 그에 필요한 자료수집 차원의 예비검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손해보험사들로부터 사전에 제출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한 뒤 네 군데 회사를 선정했고 예비검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상시 모니터링을 하던 과정에서 손보사들의 사업비 운영 관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네 군데 손보사들의 사업비 내부통제 규정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대리점 모집채널별 수수료 수준이 적정한지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에게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과다한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이란 한 보험사의 상품뿐 아니라 제휴를 통해 다른 보험사의 상품도 파는 영업점을 말한다.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비교해서 소비자들에 추천해주는 만큼 이 채널을 통한 판매가 늘고 있으며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은 전속설계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각 보험사들은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이 상품을 추천할 유인을 만들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높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5월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에게 판매수수료 외에 고객의 월납보혐료의 400% 수준에 이르는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 뒤 원수보험료 수입이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누적 보험료수익을 5조8243억 원가량 올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5% 늘어났다. 상위 다섯 개 손해보험사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해 중점적으로 올린 보장성 보험 매출은 8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높은 수수료 지급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데 메리츠화재로서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사업비율이 높아지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사업비율이란 보험료수입에서 인건비, 수수료, 마케팅비용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보험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지급하면 비용이 커지게 되고 결국 보험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의 경과보험료 대비 대리점 수수료 비율이 3분기 3.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늘어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리점 수수료가 가파른 사업비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판매비 증가율이 보험료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계속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법 감독 규정에도 나와 있듯이 예비검사 대상 회사들이 사업비가 초과집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사업비가 높아지면 보험료가 오를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감독규정 제4-32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상품별로 보험료를 산정할 때 관련 예정 사업비 한도까지 정해야 한다. 보험사는 그 한도 안에서 보험중개사와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에 대한 수수료·수당 등의 보수 등이 지급될 수 있도록 자체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적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검사를 성실히 받을 것”이라며 “아직 검사가 진행된 것이 아닌 만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온지는 모르고 권고사항이나 지도방침이 있다면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