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약사 대원제약이 개량신약을 앞세워 고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대개 개량신약을 신약 개발의 전 단계로 생각하는데 대원제약은 신약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개량신약과 일반의약품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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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제약, 개량신약으로 제약업계 순위 흔들어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판매의약품 가운데 연간 원외처방액 100억 원 이상을 보이는 ‘블록버스터’ 제품의 수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왼쪽)과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
대원제약의 코대원포르테(진해거담제), 펠루비(소염진통제), 리피원(심혈관 치료제), 베포스타(알레르기성비염치료제), 알포콜린(인지장애개선제), 에스원엠프(항궤양제), 엑스콤비(혈압강하제) 등은 3분기까지 원외처방액이 100억 원을 넘었거나 4분기에 100억 원 돌파가 유력하다.
여기에 오티렌F(위염치료제), 클래신(항생물질제제), 레나메진(만성신부전용 구형흡착탄) 등도 올해 100억 원에 육박하는 원외처방액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대원제약의 블록버스터 제품군들은 상당수가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신약과 성분이나 약효가 유사하지만 그 약이 효과를 잘 내도록 하는 데 필요한 물성을 변경하거나 제형 등을 바꾼 것을 말한다.
대원제약의 제품 가운데는 코대원포르테가 대표적 개량신약이다.
대원제약은 유한양행의 코푸시럽을 개량해 2014년 코대원포르테를 출시했다. 코푸시럽은 500mL 병에 담겨 나왔는데 대원제약은 이를 20mL 스틱형포장 제품으로 만들어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코대원포르테는 지난해 유한양행 코푸의 81.8%에 이르는 처방액을 보이는 등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 코대원포르테는 올해 3분기까지 원외처방액이 131억 원으로 대원제약 제품 가운데 가장 많다.
오티렌F, 레나메진캡슐, 베포스타 등도 모두 대원제약이 만든 개량신약이다.
대원제약은 2013년 이후 10여 개의 개량신약을 선보였는데 개량신약 판매가 늘어나면서 돋보이는 실적성장을 거두고 있다.
대원제약의 매출은 2012년 1381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2407억 원으로 뛰었다. 국내 제약업계 매출순위도 2015년 17위에서 2016년 14위로 올랐다.
올해는 매출 2700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바라본다. 이태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원제약은 2018년에 개량신약 ‘티지페논’ 등의 성장으로 매출 3천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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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제약, 거꾸로 전략 성공하나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 판매→전문의약품 복제약 개발→개량신약 개발→신약 개발의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반면 대원제약은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17년 1월19일 서울 광진구 대원제약 연구소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대원제약은 신약개발에 힘을 모았고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 12호 신약 진통소염제 ‘펠루비’를 개발했다.
중소형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국산 신약을 개발한 것은 이례적이기에 당시에 많은 화제를 모았다. 대원제약은 펠루비 개발에 7년 동안 60억 원 가량을 투입했는데 펠루비 개발에 들어갔던 2000년 당시 대원제약의 매출은 300억 원 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펠루비는 출시 초기에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다. 효능이 퇴행성관절염에 국한됐고 다른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다소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원제약은 포기하지 않고 신약을 개발하며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 개량신약 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신약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기술은 개량신약 개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대원제약은 2013년 5종의 개량신약을 한꺼번에 내놨다. 이후 해마다 1~2종의 개량신약을 꾸준히 내고 있다.
펠루비도 대원제약이 2015년 ‘서방정’을 내놓은 이후 판매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방정은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오래 지속되는 개량신약을 발한다.
대원제약이 개량신약 코대원포르테시럽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시럽제 개발기술은 현재 대원제약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대원제약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짜먹는 형태의 일반의약품 콜대원(감기약)과 트리겔(위장약) 등을 내놓았다.
대원제약은 일반의약품시장에 미래를 걸고 있다. 현재 대원제약의 매출 가운데 80% 이상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서 나온다.
대원제약은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은 의사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매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원제약은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전문 브랜드 ‘장대원’을 선보이며 건강기능식품시장에도 진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대원제약이 보여준 성장세에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지도 확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